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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6

20060803 난 이제 어디로 가나...

by 굼벵이(조용욱) 2023. 1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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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8.3(목)

휴가제도와 정년제도에 대한 검토서를 들고 처장 방에 들어갔다.

전과 다름 없이 처장은 오늘도 그냥 자리에 놓고 가란다.

떠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해 자신의 일을 마무리 지으려는 모습이 아름답기 까지 하다.

일면 떠나는 그 순간까지 내가 너무 괴롭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당신이 하고자 해서 벌인 일들을 당신이 떠난 후에 어떻게 추슬러 나갈 것인지를 생각하면 등골이 오싹해진다.

KHC이는 내년에 자기가 해외교육을 가겠다고 벌써부터 여기저기 소문을 내며 다니고 있다.

그럼 나는 내년에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나?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하지만 길이 보이지 않을 땐 그냥 되는 대로 살 일이다.

업무범위를 놓고 사사건건 부딪히는 날 내 치려는 조직개발팀이나 나로 인하여 불이익을 받았다고 생각하는 주변의 사람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

회사 인사정책 상 제도개선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생긴 일이지 내 개인의 영달을 위하여 생긴 일이 아닌데도 그들은 회사보다는 나를 원망하고 있다.

우리가 개발한 해외교육 과정과 관련하여 조직개발팀에 한 사람을 배정하고 그들이 가든 안 가든 기회를 주면서 화합의 손길을 내밀라고 KYS과장에게 일렀다.

지는 게 이기는 것이다.

어떤 이유든 우리가 그들을 불편하게 했기에 그들이 우리를 미워하는 것이다.

CBW이 앞에 나서서 우리를 향해 포화를 퍼붓는 모양이다.

조직을 담당한다고 기고만장해 우리 팀 조직을 통째로 들어다가 경영연구소에 붙여버리려는 음모를 꾸미고 있다.

KSJ 부처장은 이런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모른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처장 지시사항을 이행한다고 전방에서 진두지휘하면서 알게 모르게 여기저기 적을 만들고 있는 것 같다.

삶이 참 고달프다.

그래서 이 모든 것들로부터 잊혀지기 위해서라도 잠시만라도 떠나고 싶다.

내년에 내가 해외교육을 가겠다고 하면 처장은 분명 들어주려 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가겠다고 생떼를 써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교육을 가버리면 우리 과장들은 어떻게 될 것인가!

그게 어려우면 차라리 한 달짜리 교육이라도 다녀오면 어떨까 싶기도 하다.

퇴근길에 우연히 SWW이를 만났다.

지나가는 말로 S이에게 아이들 교육의 어려움에 대하여 이야기 하자 그는 자신의 경험담을 이야기 했다.

아이들에게 아버지는 늘 커다란 고목처럼 편한 의지처가 되어야 한다고 했다.

어머니가 크고 작은 일들을 놓고 아이들을 닦달하더라도 아빠는 늘 편안한 쉼터로 남아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S이 이야기가 맞는 것 같다.

사람은 배우지 못할 곳이 없다.

후배에게서도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S이에게 많은 것을 배웠다.

그 또한 내게 조언을 하면서 무언가 보람있는 일을 했다고 즐거움을 느끼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