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삶의 지혜를 찾아서/인문학 산책

어린왕자 영원이 된 순간

by 굼벵이(조용욱) 2023. 12. 30.
728x90

안개가 가득한 세상은 몽환적 느낌을 준다.
때론 신비감 마저 드는데 그래서 더욱 감미롭다.
밝고 맑은 날 눈에 선명하게 보이는 세상이 진실인 것 같지만 그건 자신만의 안경으로 바라본 자기만의 세상일 뿐이다.
나만의 안경을 갖지 못했던 어린 시절은 안개로 가득한 신비의 세상이다.
모두 거기서 어른이 되었다.
애가 커서 어른이 된거다.
어른이 되면서 자기만의 행성을 갖게 됐고 그 행성 안에 스스로 고립되었다.
생텍쥐페리는 44세에 '어린왕자'를 썼다.
내 생을 돌아보아도 그 때가 인생의 최고 정점이었던 듯하다.
그러니 하고 싶은 일도 많았을 것이고 그런 만큼 마음 속 갈등도 컸을 것이다.
당시 자기 행성과 다른 행성에 살고 있는 와이프 콘수엘로 와의 갈등도 정점에 다다랐던 듯하다.
최고의 걸작은 대부분 유배지에서 탄생한다.
그 책을 썼던 미국이 그에게는 사실상 유배지나 다름없었다.
명작 '어린왕자'는 그렇게 탄생했고 미처 출간도 되기 전에 그는 조국 프랑스를 위해 다시 비행기 조종석에 올랐다.
하지만 전쟁 속 적진에서 비행정찰 임무수행 중에 실종되었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난 그가 실종된 것이 아니고 소설속 주인공 어린왕자처럼 자신의 행성으로 스스로 날아가버린 거라고 생각한다.
인생의 정점에서 생애 최고의 걸작을 남기고 서로 다른 행성에서 온 인간들이 부딪히며 만드는 고뇌와 갈등 속 아비규환의 세상을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떠난거라고 생각한다.
배우 이선균씨도 40대 중반 절정의 나이에 내가 좋아했던 '나의 아저씨'를 남기고 '어린왕자' 처럼 그의 행성으로 날아가버렸다.
안개가 자욱한 날이면 이런 '어린왕자'들이 안개 속에서 나타나 나를 부를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