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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7

20070826 대역사를 마치고 책거리, 청죽회 고향 친구들 모임

by 굼벵이(조용욱) 2024. 3.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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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8.26(일)

우리 같은 직장인은 자신이 추구하는 일이 멋지게 마무리될 때 최고의 즐거움을 느낀다.

새로운 제도를 만들어 내고 그것이 채택, 시행되고 그 결과까지 내가 생각했던 대로 나타나 준다면 그것보다 더한 기쁨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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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되었거나 지난주엔 골치 아픈 안건들이 하나하나 결실을 맺어 홀가분한 데에다 토요일 저녁에는 보고 싶은 고향 친구들을 만나기로 예약되어 있어 한층 마음을 들뜨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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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목요일 아침엔 고민을 많이 해야 했다.

이번 주말에도 견지낚시를 가야할지 말지에 대한 고민이다.

고향 친구들 모임이 오후 4시에 평촌에서 있으므로 시간이 어정쩡하여 그냥 집에서 책이나 보다가 약속장소에 나가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있었지만 자신도 모르게 내 손은 이미 마우스를 칠칠낚시에 가져가고 말았다.

목요일에 미끼를 주문해 놓아야 다음날인 금요일까지 미끼가 도착되고 토요일 새벽이면 홀가분하게 견지여행을 떠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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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팀은 전통적으로 책거리 행사를 한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출하고 그것이 성안되어 최종적으로 사장 결재가 나면 우리 식구들끼리 조촐한 파티를 하는 것이다. 그것은 먹고 마시자는 의미보다는 작은 Ceremony를 통해 그동안의 노고를 축하해 주고 Teamwork도 다지면서 더 가치 있는 도전을 격려하며 보다 높은 단계의 자아실현을 도모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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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한여름엔 시원하게 마시는 생맥주를 좋아한다.

생맥주를 생각하면 28년 전 99여단에서 받았던 고된 3주간의 군사훈련 뒤에 통닭 한 마리와 함께 목구멍이 터져 나가도 좋을 만큼 짜릿한 쾌감으로 마셨던 생맥주가 떠오르기 때문이다.

꾀죄죄한 훈련병이 혼자서 순식간에 통닭 한마리와 500CC 생맥주를 세 잔이나 들이켰기 때문이다.

그래서 생맥주를 마실 때는 적어도 첫 잔 만큼은 목구멍이 따가울 때까지 들이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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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콘티넨탈 호텔 로비에 새로운 맥주 광장을 열었는데 그럴듯하다.

저녁 9시까지는 생맥주와 와인을 무제한으로 제공하고 맛 좋은 chicken wing이나 chop steak 또는 신선한 야채 따위의 안주가 끊임없이 제공되는데 1인당 19,700원이다.

안주를 넉넉히 먹으면 따로 저녁식사를 할 필요도 없다.

아마도 20000원에서 부족한 300원은 1만 원대로 눈속임을 위한 상술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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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저녁 우리는 거기 모여 한주간의 피로도 풀 겸 책거리 행사를 가졌다.

술을 강권할 필요도 없고 자기가 먹고 마시고 싶은 만큼만 즐기면 되기에 분위기도 요즘 신세대에게 적합한 것 같아서 더욱 좋다.

더욱이 내국인은 물론 필리핀 인 등 외국인 Singer들의 음악이 라이브로 제공되는데 취향에 따라 그걸 들으며 마셔도 좋고 듣기 싫으면 한적한 구석에서 친구들끼리 한담을 즐겨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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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 들어와 잠을 잔다고는 했지만 잠이 잘 오지 않는 것은 기대에 찬 내일이 필시 깊은 잠을 방해하는 까닭일 게다.

12시가 넘어 잠이 들었는데 새벽 세 시와 네 시에 잠을 깨었다.

네 시 반에 미련 없이 뒤척이던 잠자리를 툴툴 털고 일어났다.

아직 새카만 밤이지만 적당히 준비한 물건들을 메고 들고 하며 주차장에 세워둔 차에 싣고 강으로 달렸다.

아침 새벽공기를 가르며 강 위의 고가를 달리는 기분은 상쾌함의 극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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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저녁 오후의 약속도 있고 해서 이포대교를 다녀오기로 했다.

이포대교 사정이 별로일 것 같으면 신내천이나 들를 생각을 하고 충분히 도상훈련도 해 두었다.

하지만 내비게이션이 시키는 대로 가다보니 루트가 반대로 되어버렸다.

신내천 물 사정도 알아볼 겸 들어가는 입구에 서울해장국집이 있었다.

꼭두새벽인데도 그 집 앞 주차장에 차들이 빼곡히 들어 서있다.

아침식사나 든든히 하자고 생각하고 해장국을 주문했다.

그런데 내가 지금까지 먹어본 것과는 전혀 다른 해장국이 나왔다.

우선 해장국의 절반 이상이 소 내장 고기로 채워져 있다.

맛도 일반 해장국과는 전혀 다른 맛을 낸다.

주인 말로는 그 집이 양평해장국의 원조이고 서울에 분점이 십여 개 있는데 결단코 이 맛은 못 낸다고 한다.

아마도 몇 개월 그 곳에서 기술을 전수받아 분점을 내긴 하지만 핵심 기술은 아버지와 그 집 큰아들만 아는 모양이다.

주인장 말로는 어떤 때는 서울에서 단체로 버스들이 줄을 지어 들른다고 한다.

장사는 그렇게 찾아오는 사람들을 상대로 해야 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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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내천 물은 너무도 맑고 깨끗했다.

하지만 샛강이어서 비가 많이 온 후라면 모를까 물살이 미약했다. 누군가가 같이 있었다면 아마도 그 예쁜 물살로 들어갔을 것이다. 하지만 대물이 놀기에는 비좁아 보이고 혼자 들어가기가 조금은 무엇해서 그냥 이포대교로 기수를 돌리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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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포대교 아래로 흐르는 남한강물은 장마의 끝자락에 아직 물이 한참 불어나 있었다.

물색도 별로였다.

하지만 그래도 도도히 흐르는 힘찬 물을 거슬러 대멍의 움직임이 있을 것 같은 강한 예감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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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수에 걸려든 것은 적비급의 누치였다.

이어서 작은 새끼 누치들이 종종 붙더니 조금 지나서는 낚시 바늘을 드리우기가 무섭게 피라미가 물고 늘어진다.

멍짜의 꿈을 가지고 드리우는 낚시에 여지없이 피라미가 달라붙는 바람에 지루하다 못해 짜증이 밀려온다.

지난번 섬강에서 성환이 와의 매운탕을 기대하며 잡았던 피라미는 매운탕거리를 잡을 욕심에 주 대상어종이 피라미여서 폭염 속에서도 피라미 낚시를 즐겼었는데 오늘은 즉석에서 catch and release를 하다보니 지루함이 몰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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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낚시를 접고 평촌 약속장소로 향했다.

보울링 센터에 4시까지 모이자고 했는데 도로 사정을 잘 모르겠으니 여유를 두고 일찌감치 출발할 수밖에 없다.

곤지암을 지날 무렵 점심으로 소머리 국밥이나 먹고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동서 원조 소머리국밥집에 들렀다.

잘 하는 집이라고는 하는데 내가 보기에는 별로였다.

차라리 고덕동 소머리국밥이 훨씬 나아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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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촌까지는 몇 분 안 걸릴 것이고 피곤해도 가서 쉬면되겠지 하는 생각으로 출발했지만 쏟아지는 졸음을 참기가 너무 힘들었다.

머리를 두드리고 꼬집고 뺨을 쳐 가면서 잠을 깨워 간신히 도착해 보니 내가 일등이다.

아침 새벽 세수도 안하고 출발한 낚시여서 몰골이 말이 아니었으므로 볼링장 화장실에 가서 세수는 물론 면도까지 했다.

하지만 꾀죄죄한 낚시꾼 모습은 감출 수가 없다.

용범이가 오고 이어서 병진이와 정란이가 도착했다.

릎이 시큰거리기 시작한 이후로 보울링을 전혀 하지 않았었는데 오늘 한번 해 보니 그럭저럭 버틸 만했다.

아마도 무리하지 않고 꾸준히 먹어온 글루코사민 덕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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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nada nova Scotia Lobster 요리를 먹는다고 바다가재 집엘 갔다.

늙어갈수록 제대로 먹고 마시며 사람답게 살아야 한다는 병진이의 아이디어로 마련한 장소인데 난 사실 Canada 에서는 바다가재 요리를 종종 먹어보았지만 국내에서는 거기가 처음이다.

가재는 맛도 맛이지만 요리 차림새 그림이 맛에 비해 더욱 그럴듯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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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이 속속 도착했고 우리는 요리와 한담을 즐겼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모두들 입담이 걸쭉하다.

예전 시골집 사랑방에 모여 앉아 나누던 분위기는 아니지만 모처럼 만에 동네 친구들이 모두 모여 이야기꽃을 피우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손님이라곤 우리 밖에 없기에 망정이지 다른 손님이라도 있었으면 요란한 웃음소리에 자제를 요청하는 주문이 수없이 쇄도했을 거란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런 웃음은 돈 주고도 못사는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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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헤어짐의 시간은 다가오고 아쉬움을 뒤로 한 채 다음을 기약해야 했다.

오늘은 경국이가 Sponsoring을 하겠다고 한다.

너무 과용한 것 같다.

공연스레 내가 미안한 마음이 든다.

늦은 시간에 일산, 평택까지 내려가야 하는 친구들을 배웅하고 모처럼 만난 자리에 한 잔 더 해야 한다는 생각이 서로의 마음을 움직이면서 자연스레 생맥주집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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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늦은 시간인데도 생맥주 집에는 가족단위의 모임으로 가득하다.

아마도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끼리 삼삼오오 떼를 지어 맥주 한 잔 즐기러 나온 모양이다.

마냥 행복해 보이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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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지만 맥주 두 잔을 끝으로 일어섰다.

집까지 오는 길에 경국이가 오늘은 풀 서비스를 해야 한다며 집 근처에서 대리운전비까지 계산하고 내렸다.

나를 더욱더 미안하게 한다.

집에 도착하니 1시 반쯤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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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아침 간신히 일어나 6시 반경에 테니스장에 나갔다.

조금 늦게 도착한 덕에 먼저 온 선배들의 빈정거림을 받아야 했다.

날이 너무 더워 두게임으로 운동을 접었다.

그래도 운동량이나 쏟은 땀의 양은 충분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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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 후 먹는 아점은 우리에게 늘 또 다른 기쁨을 선사하는데 시원한 맥주가 기다리고 있다.

어제도 그제도 그렇게 마신 맥주이건만 운동으로 땀을 쪽 뺀 다음 마시는 맥주 맛은 환상이기에 거부할 수 없다.

그게 도를 넘어서면서 주거니 받거니 하다가 결국 폭탄주가 시작되었고 결국 대여섯 잔의 폭탄주를 마시고는 오늘도 백주 대낮에 대리기사의 도움을 받아 집으로 들어와야 했다.

결국 이번 주는 일주일 내내 술을 마시고 말았다.

한 숨 자고 영화 두 편 보고 나니 무더운 날의 깊은 밤이 창가에 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