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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7

20070828 설상가상(처장에게 터지고 마눌의 곰탱이 행각 도지고)

by 굼벵이(조용욱) 2024. 3.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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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8.28(화)

김병옥 과장이 흥분해 씩씩거리며 내 자리로 왔다.

3직급 승격제도 개선안에 대한 인사관리 규정 개정안을 들고 인사처장에게 갔는데 처장이 엉뚱한 소리하며 주문한 내용이 지나쳐 그에게 상처를 준 모양이다.

사장에게 보고한 보고서의 내용과는 전혀 상관없는 부분까지 다 바꾸라는 지시를 했다는 것이다.

2직급승격에 남아있는 주력 비주력 구분에 관한 사항도 모두 바꾸라고 하고, 3직급도 5회 승격 횟수제한을 했으니 2직급도 횟수제한을 넣어야 한다고도 하고, 다른 규정에 나와 있는 표현도 당신 생각에 이해가 가지 않으니 자기 생각대로 문구를 바꾸라고 했다는 것이다.

듣고 보니 나도 은근히 화가 치밀어 오르는데 그렇다고 같이 흥분해서 험악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는 없는 노릇이어서 일단 그를 calm down 시켰다.

그리고는 안과장을 불러 2직급 승격도 주력 비주력 구분에 관한 규정이나 본사 사업소 구분에 관한 규정을 지금 이 시점에서 손을 대어야 하는지를 물어보았다.

현재 인사운영은 모두 구분을 안 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원칙에 대한 예외적인 조항으로 운영하면서 이제는 운영에 맞게 예외만을 살리고 원칙을 죽이자는 이야기다.

안과장도 확실한 소신 없이 딴 소리를 하는 것 같아 가서 다시 충분히 검토해 보라고 했다.

그런 식으로 규정을 개정할 것 같으면 모든 규정이 의미가 없다.

그냥 운영팀에서 운영하는 대로 규정을 만들면 된다.

 

KT과장이 내 자리로 와서는 총무팀장이 자리에 없다며 총무팀장을 대신해  처장이 오늘 다른 저녁약속이 없는 것 같으니 저녁식사를 제안하란다.

김처장 계실 때부터 오랫동안 총무팀장 역할을 대신해 온 탓이다.

그냥 당신이 가서 직접 처장에게 이야기하라고 했다.

그래서 처장과 팀장들의 회식자리가 만들어졌는데 그 자리에서 처장은 그동안 팀장들에게 가졌던 불만을 토로했다.

알아서 대우해주지 못하고 '누구처럼 늦은 밤에 처장이 부장들을 소집하고 지랄을 떨어야 처장 대우를 해 주겠냐'고 한다.

화가 단단히 난 것 같다.

상임이사 선임 및 사장 선임과 관련하여 언론에서 한전을 씹어댔고 이를 해명하는 과정에서 그간 여러 가지로 기획처와 마찰을 일으켰던 모양이다.

사장추천위원회의 운영과 관련된 것은 기획처 주관인데 기획처가 뒷짐을 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앞으론 처장에게 가서 가끔씩 저녁식사 제안도 하고 해야겠다.

전에 내가 저녁식사를 제안했던 것은 새까맣게 잊고 있는 것 같고 부정적 생각들로만 꽉 채워져 있는 것 같다.

아침에도 문안인사를 드리는 것이 바람직할 것 같다.

마음에 있으면서 실천하지 못하는 것은 바보라고 한다.

처장 스스로도 그렇게 이야기한다.

저녁식사를 같이 하면서 정처장의 마음이 어느 정도 풀렸다.

그래서 김병옥 과장이 힘들어했던 부분을 조금씩 풀어가기 시작했다.

가뜩이나 변화관리자다, 승진규제다 하는 것들로 직원들 사이에 불만이 가득한데 다른 이의 지시나 요구가 없는 사항을 우리가 먼저 나서서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하면서 처장이 마음을 접으시는 게 좋겠다고 했다.

그도 수긍하는 눈치다.

집으로 가는 길에 맥주도 한 잔 더 했다.

우리 과장들이 저녁을 먹고 귀가하는 길에 나와 조우하여 함께 맥주 한잔 했는데 그것도 매우 바람직한 이야기로 이어졌다.

 

집사람의 곰탱이 행각이 또 도졌다.

내게 말도 대꾸도 일체 없이 화난 얼굴로  퉁퉁거리며 무관심과 무시로 일관한다. 

무슨 이유인지 모르지만 1년에 서너 번씩은 꼭 도지는 병인데 내가 감당하기 너무 어렵다.

어떤 때는 얼마 남지 않은 인생인데 이렇게 사느니 더 늙기 전에 빨리 정리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치밀어 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