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7.10
아침에 호칭관련 경영간부 회의를 했다.
문 부사장 목소리만 높다.
그는 현재 입장에서 과거를 단죄하는 발언을 거침없이 내뱉는다.
과거에 왜 5직급에게 과장이란 호칭을 주었느냐는 것이다.
그것부터가 잘못되었으니 그것을 내려서 과장 호칭을 대리로 바꾸어야한단다.
나는 김덕영 처장이야기를 하며 호칭이 그렇게 바뀐 사연을 설명했다.
김덕영 처장은 깐깐하기로 소문난 분이다.
그런 사람이 그런 결정을 했을 때는 나름 피치 못할 상황이 있었다.
한전의 내부 사정을 가장 잘 아는 한전출신 이종훈 사장이 취임하여 새 한전 창달을 기치로 직원 사기진작책을 지시했고 이에 따라 승진경쟁률이 가장 높은 4직급 직원들의 사기진작을 위해 직급 대우제를 도입하기로 하고 3직급 대우제도를 만들었다.
그러면서 3직급대우자의 호칭도 부장으로 부르기로 했던 것이다.
이에 노동조합이 반발하면서 직원들도 과장대우를 만들어달라며 노사협의회에 제안을 했고 실랑이 끝에 4직급 대우를 만들 수는 없으니 어쩔 수 없이 5직급 대우를 만들었던 것이다.
그러면서 5직급대우를 공직적인 명칭은 준과장 대우라고 했지만 일반적으로 부르는 호칭은 과장이라고 불러주도록 했던 것이다.
이런 과거는 몽땅 무시한 채 왜 5직급을 과장이라고 호칭했느냐며 호통을 치는 것이다.
과거 상황도 모르면서 현재 기준으로 과거를 단죄하려 하는 사람들은 생각이 짧은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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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에게서 전화가 왔다.
저 좀 보잔다.
옆에 권태호부장도 와 있단다.
올라갔더니 예상대로 이성모 국장과 이흥열 국장의 연봉등급을 왜 올려주지 않느냐며 내게 분노를 퍼붓는다.
내가 막아섰기 때문에 그걸 올려주지 못하는 것이란다.
노무처에서 그러는데 인사처에서 반대하기 때문에 못해준다고 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내 목을 시정없이 졸라댄다.
권태호도 아니니 바로 네가 못하게 하는 것 아니냐는 식이다.
네가 규정 해석을 그렇게 해서 그런 것 아니냐며 눈을 허옇게 뜨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대며 뒤집어진다.
주변에서는 또 내가 P의 심기를 건드려 싸움질 하는 것으로 여길 것이 뻔하다.
전무는 유화정책으로 그들을 잘 구워삶으라고 주문하고 부사장은 그딴 새끼들 말 들어줄 필요 없이 강경 대응하란다.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할 지 모르겠다.
사실인 즉은 부사장 말이 옳다.
하지만 그것은 제로섬 게임이다.
나도 화가 머리 끝 까지 치솟아 올랐다.
나도 함께 역정을 내며 노무처 누가 그러더냐며 소리를 질렀다.
박기환 부장이 그러더라는 것이다.
내가 막 박부장 욕을 하려던 찰나에 박부장이 들이닥쳤다.
내가 당신네들이 풀지 못하는 숙제를 풀어주려고 그만큼 노력하고 있는데 도와주는 사람에게 고맙다는 인사는 못할망정 귀싸대기를 패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며 조목조목 따져들었다.
P는 제 멋대로 규정을 해석하며 소송을 하겠단다.
속으로는 ‘그래 한번 해 봐라’하고 생각했지만 침묵으로 일관했다.
그는 기세등등해서 담당자를 찾아 박살을 내겠다며 그 일의 담당자를 찾고 있다.
박 부장도 아니라고 하고 권태호도 아니라고 하고 나도 아니라고 하니 저도 답답하다.
그도 그럴 것이 제가 해석하는 것이 전혀 엉뚱한 해석이기 때문에 누구도 그 해석에 따라 나서서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시 한번 내가 상황을 정리해 주었다.
얼마 전에 박기환부장이 와서는 노조 간부에 대한 연봉등급 상향조정은 검토결과 불가능 하다는 통보를 했고 그 소리를 들은 P처장이 광분해서 날뛰는 것을 내가 나서서 이번 규정을 개정하면서 그 사항을 한번 정리해 보겠다는 이야기를 했었다.
이에 따라 인사관리규정 개정에 포함하여 이 사안이 함께 추진되고 있었으나 7,8직급 호칭 변경과 관련해서 대리까지 호칭해 달라고 자기들이 다시 말을 바꾸는 바람에 결국 경영간부회의까지 진행되었다.
회의결과 오히려 부사장으로부터 5직급 호칭을 과장에서 대리로 내리라는 혹만 하나 더 달고 온 사연을 적당히 뺄 것은 빼며 설명해 주었다.
저도 양심이 있으면 이해하고 사과할 일이다.
어찌 은혜를 원수로 갚는 일을 그렇게 밥 먹듯 할까?
P가 내게 인간적으로 부탁한다면서 위원장 공약사항에 대한 검토를 부탁했을 때 나는 발 벗고 나서서 7직급 계열전환자에 대한 경력인정 건이나 등급 조정 등에 대하여 도움을 주었었다.
계열전환을 7, 8직급 통합경쟁체제로 전환해 주었었다.
그는 그런 모든 것을 전무가 지시해서 그렇게 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을 알게 된 동기도 인사처장 방에 와서 “조용욱이 이 새끼 오라고 그래!”하면서 길길이 날뛸 때 제가 제 입으로 뱉는 말을 내가 현장에서 귀담아 들었기 때문이다.
나는 오직 반대만 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으로 꽉 채워져 있다.
이번 건만 해도 그렇다.
안되는 일을 도와주겠다면서 발 벗고 나서는 내게 내가 자기들이 하고 싶은 일을 가로막는 장본인이라며 열을 올리고 욕을 해대는 것이다.
아무리 환자 대하듯 그를 대한다고 하지만 내 인내심에도 한계가 있고 그는 참 해도 너무한 사람이다.
제방 밖으로 나가는 내게 그는 웃으면서 농담조로 이런 독설을 던졌다.
“민영화 시켜서 간부들을 전부 잘라버려야 한다.”
이런 모든 것에 의미를 부여한다면 나도 같이 미쳐버릴 것 같다.
암튼 의도적으로라도 그를 피해야 할 것 같다.
차라리 그를 빼고 국장들하고 친하게 지내면서 협의해 나가는 방법밖에 없을 것 같다.
그와는 도저히 대화를 할 수가 없다.
그는 환상에 빠져있다.
제가 모든 것을 이룩했고 자기가 아니면 안 된다는 착각에 빠져있다.
자기가 없어도 모든 것이 잘 돌아간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스스로 환상을 깨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3년 안에 그를 도와 그의 질병을 고쳐주어야 한다.
그래도 내가 그보다 나으니 내가 그를 도와줄 수밖에 없다.
어쨌든 1년간 나는 죽은 듯이 엎드려 있다가 승진 후 멀리 도망가야 한다.
해외를 나가든 제주나 전남 경남을 가든 깊은 곳에 처박혀 나 자신을 돌보는 시간을 마련해야 한다.
어쨌거나 P와 함께 있는 한은 내가 그를 도와주어야 한다.
그는 정말 심한 정신질환을 앓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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