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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8

20080820 성과가 아니라 서비스 질 향상이 목표, 이명환 최준원 칭찬

by 굼벵이(조용욱) 2024. 5.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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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8.20()

확실히 비온 뒤에 땅이 더욱 굳어진다는 말은 맞는 듯하다.

우리팀을 불신하던 처장은 직접 우리 사무실에 와서는 그동안 고생들 했으니 술 한 잔 하라는 제안까지 하고 가신다.

그건 그냥 술을 마시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가 그동안 어떻게 일을 해왔고 어떻게 일을 진행해 가는지를 이해했다는 표현을 달리 한 것이라 생각한다.

지금까지 가져온 자신의 생각과는 달리 감정까지 개입돼 참으로 다양하고 복잡하며 힘들고 어려운 일들을 열심히 해 나가고 있다는 것을 자신이 이해했다는 표현이기도 하다.

그가 처음 내 상사로 왔을 때는 우리를 많이 의심했었다.

특히 굳건히 그자리를 지키는 나에 대한 경계나 의심도 많았을 것이다.

그걸 추측하게 하는 행동도 자주 보였었다.

하지만 아마도 이번 정부 경영평가나 내부평가 수검 따위를 통해 내가 보여준 결과 그리고 그를 위한 세심한 배려(깜짝선물)는 물론 이번 노사관계의 마무리 과정을 보면서 나와 우리 팀 식구들의 노력과 열정을 이해했을 것이다.

 

오늘은 연과장이 가져온 서류를 검토했다.

보고서를 만들어내기는 했지만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듯해 수정해 주었다.

새로운 사장이 오면 해야 할 일 중 가장 중요한 일은 새로운 인사평가 제도를 정착시켜 나가는 것이다.

나는 확신한다.

한전은 독점기업이기 때문에 마켓 쉐어를 확장하거나 전기를 더 많이 파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한전이 해 나가야 하는 일은 마켓쉐어 대신 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따라서 한전에서의 성과는 다름 아닌 서비스의 질 향상 측면에서 찾아야  한다.

서비스의 질은 마음을 담은,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자발적 서비스일 때 가장 높다.

그래서 우리가 하고자 하는 코칭 리더십은 바로 이런 효과를 거양하기 위해 시도된 것이기에 더욱 값지다.

나는 새로운 사장에게 이와 같은 내용을 강력히 주장할 것이다.

처장이나 전무는 사실 나와 생각이 다르다.

그래서 그들은 무조건 성과주의를 강조한다.

그게 경영학의 기본이고 경영의 전부라고 배워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인본주의를 강조할 것이다.

한준호 사장이 처음 부임했을 때 내게 기회가 왔듯이 언젠가 내게 기회가 오면 난 과감하게 이를 주장할 것이고 난 그것이 새로운 사장에게 충분한 감동을 줄 수 있다고 확신한다.

 

이명환 과장이 가져온 로드맵을 보니 전에 내게 보여주었던 보고서보다 훨씬 향상되어 있다.

두어 시간 동안 그 보고서를 수정한 뒤 그를 불러 칭찬했다.

그동안 기술직에 대해서 큰 기대를 하지 않았었는데 기대와 달리 이과장은 사무직 보다 훨씬 뛰어난 역량을 가지고 있고 업무적인 측면 외에도 대 노조관계나 대 배전처 관계에서도 탁월한 기량을 보인다며 추켜주었다.

오죽하면 박흥근이 이과장을 자기 후배인 고대출신인 줄 알았을까!

박흥근과 저녁식사를 하던 중 박흥근도 이명환 과장을 많이 칭찬했었다.

그는 이과장이 자신의 후배라 더더욱 사랑스러웠을 것이다.

그가 인하대 출신이라며 생각을 바로잡아주니 오히려 충격을 받을 만큼 그를 신뢰했던 듯하다.

그동안 내게 보여 온 이과장의 행동은 칭찬 받을 만하다.

생각의 방향도 건전하다.

머리가 출중하고 자기계발을 위하여 끊임없이 노력한다.

토익점수도 910점을 보유하고 있으니 아마도 기술직 또래 나 선배를 포함해 가장 높은 점수를 보유하고 있을 것이다.

그가 만든 보고서는 사무직 고참 과장들이 만든 보고서보다도 훨씬 낫다.

내가 중간 중간 테스트를 위하여 던지는 질문이나 선문답에도 그는 내 생각과 가장 유사한 답을 제시한다.

이 친구를 잘 키워내는 게 내 임무다.

이제부터는 후배양성을 나의 소임으로 알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

 

최준원 과장도 쓸만하다.

부정적으로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내가 보기에는 오히를 그를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사람들이 잘못된 것 같은 느낌이다.

서울대를 나와서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는 다른 서울대 출신과는 달리 열심히 일하며 사실 다른 사람들 보다 나은 보고서를 만들어 올 뿐더러 막내로서 궂은일을 도맡아 하면서도 불평불만을 내색하지 않는다.

이친구를 잘 관리해주면 참으로 쓸만한 인재로 성장할 수 있다.

남들이 꺼리는 일도 오히려 넙죽 넙죽 자발적으로 나서서 해 내기도 하고 조심스러우면서도 자신 있는 행동패턴을 보인다.

다만 상대방과의 아이컨택에 서툴러 상대방 눈을 똑바로 보지 않아 상대방으로 하여금 의심을 살 소지가 있는 게 흠이라면 흠이다.

마음이 순수하고 여린 탓일 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