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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8

20080818 임진강 도깨비 여울에서 현암과 야영을

by 굼벵이(조용욱) 2024. 5.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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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8.18()

8.20일에 새로운 사장이 선임된다.

새로운 사장이 오면 나는 공든 탑을 무너뜨리고 또다시 새로운 탑을 쌓아야 한다.

바빠지기 전에 주말을 제대로 즐기고 싶었다.

지난 주 현암 김득수 선생에게 전화를 걸어 야영을 제안했고 나는 홍천강을 제안했으나 오고 가는 길의 불편함을 들어 현암선생이 임진강을 추천하여 그곳에 가기로 했다.

도깨비여울을 목적지로 정하고 12일 야영을 떠났다.

현암 선생은 늘 야영에 익숙해 있었으므로 야영에 필요한 모든 것을 완벽하게 준비했다.

현암이 그날 점심, 저녁, 다음날 아침의 식단과 술, 안주거리를 준비해 왔다.

임진강에는 마자와 피라미가 심심찮게 우리를 반겨주었다.

누치는 별로 없다.

주로 돌돌이급 이거나 적비, 대적비 한 마리 올라오고는 끝이다.

 

야영을 마치고 올라오는 길에 처장이 전화를 했다.

인사관리 규정 개정안을 보고는 자신의 생각과 맞지 않는 내용이 있다면서 속이 무척이나 상한 목소리다.

내가 알아듣기 쉽게 내용을 설명을 하자 그제서야 이해했다.

야영지에서 집에 도착했는데 또다시 전화를 해서는 직무관리규정이 잘못되었다며 짜증을 낸다.

원안을 가지고 있지 않으므로 다음날 내가 출근해서 정리하겠다며 마무리하고 끊었다.

그는 P만큼이나 자신의 생각에 대한 확신이 대단한 사람이다.

연휴 마지막 날인 17일에 테니스를 마친 다음 사무실에 나가 김병옥 과장과 함께 일을 보고 들어오는 길에 현암선배 댁에 들러 오실장이 수리해 달라고 맡긴 견지대를 찾아왔다.

집에 오니 호신이란 녀석이 공부는 안하고 티브이만 보고 있길래 불러 앉혀놓고 야단을 쳤다.

수능시험이 앞으로 3개월 밖에 남지 않았는데 시험이 끝난 3개월 후부터는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를 물었다.

앞으로 호신이가 어떤 마음자세로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동안 내가 바라본 너는 공부할 의사가 전혀 없어 보였다고 말한 뒤 고등학교 졸업하고 무얼 하며 살아갈 것인지를 물었다.

녀석은 무언가 복받쳐 오르는 것이 있었는지 눈물을 주루룩 흘렸다.

내 이야기에 상처 받아서 우느냐고 물었더니 그건 아니라고 했다.

가서 저녁 먹으라고 했더니 녀석은 목욕탕으로 가 샤워를 하고는 그냥 학원으로 가 버렸다.

밥도 안 먹고 갔냐고 집사람에게 물었더니 집사람이 대뜸 밥 먹을 때마다 그런 소릴 한다고 불쾌한 감정을 드러내었다.

그럼 아이를 그냥 방치해 놓을 수도 없는 것 아니냐며 그런 때 아니면 언제 이야기를 하느냐며 나도 신경질을 내었다.

더군다나 밥 먹을 때도 아니고 밥 먹기 직전이었다.

매일 만나기도 힘들고 그저 아침 식사 때나 겨우 얼굴을 본다.

그렇다고 따로 시간 내서 이야기하기도 힘들다.

나아가 훈계는 잘못이 발생한 현장에서 곧바로 해야 효과가 있다.

신경질적으로 톤을 높여 한마디 했더니 집사람이 상처를 받았는지 훌쩍거리며 밥을 먹는다.

집사람이 아이들이 옳고 그름에 대한 가치판단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제때에 제대로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해 왔다면 이런 일이 없을 텐데 집사람은 오히려 아이들의 가치판단을 흐리게 하는 언행을 자주 보인다.

자신이 할 훈계를 대행하는 나를 아이들 앞에서 비난하며 막아서는 경우가 한두번이 아니다

나는 아이들이 우유부단하고 집중력이나 인내심이 없는 근본적인 이유가 바로 집사람의 우유부단한 훈육방식에 기인한다고 생각한다.

어쨋거나 우리 아이들에 대한 가정교육이 아주 잘못돼 왔던 것이 사실이다.

나도 집사람도 그 책임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망가진 아이에게 신경쓰며 바로잡으려고 애쓰는 나한테 자꾸 비난의 화살을 돌리며 신경질적으로 반응하지 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