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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9

20090424 사람은 크고 작은 일에 그렇게 부대끼며 사는 거야

by 굼벵이(조용욱) 2024. 7.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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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424()

오늘은 정부 경영평가 수검일이다.

우리 차장들은 어제  저녁 늦은 시간까지 경평 수검 자료 준비하느라 늦은 밤까지 고생했다.

내 감독이나 도움 없이 스스로 일하기를 즐기는 친구들이어서 늦은 시간까지 내가 남아있는 것은 오히려 방해가 될 수도 있겠다 싶어 나는 일찍 귀가했다.

오늘 저녁엔 혼자 되신 형님 생일 행사가 있어 저녁에 시간 여유가 없을 것 같아 모레 있을 처장님 부자와의 낚시 여행을 미리 준비했다.

여울과 견지 정징환 선배가 준 끄리 채비로 낚시 바늘을 바꾸고 가슴장화와 구명조끼도 챙겼다.

낚시를 가기 위해서 준비하는 시간은 낚시를 하는 순간보다 더 행복하다.

아마도 각종 상상과 몰입으로 준비과정에서 도파만이 더 많이 분출되는 모양이다.

낚시 준비를 하다보니 벌써 밤 10시가 훌쩍 넘어버렸다.

집사람이 낚시 가서 먹을 먹거리를 사러 롯데마트에 같이 가자고 했지만 내일 있을 경영평가 수검에 대비해서 잠을 일찍 자야 했으므로 옷 입기 귀찮다며 혼자 다녀오라고 했다.

집사람이 불평을 늘어놓았다.

조금 미안했다.

날 위해 시장을 보러가는 데 그걸 거절한 내가 많이 잘못한 것 같다.

다른 사람들은 와이프를 위해 이리저리 해주는 것도 많은 모양이다.

집사람은 자기네 회사 모 과장은 집에 일찍 들어가기를 꺼린다고 했다.

그 이유가 집에 가면 와이프를 위해 청소를 하거나 아이들 학습을 돌봐주어야 하기 때문이란다.

그래서 집에 들어가기 싫다며 회사 식당에서 밥 먹고 들어간다고 했는데 마침 노사간담회를 그 식당에서 하는 바람에 식사를 못하게 되었단다.

집사람이 그에게 그냥 집에 들어갈 거냐고 물으니 다른 식당에 가서 먹고 가겠다고 했단다.

그게 집사람한테는 그렇게 재미있었던 모양이다.

사실 아무것도 아닌 보편인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다.

사람 사는 게 다 그렇다.

그렇게 크고 작은 일에 부대끼며 사는 거다.

 

오늘 아침 식사시간에 호신이가 또 꾸물거리며 잠자리에서 일어나지 않는다.

녀석은 지금까지 처음에 깨웠을 때 곧바로 일어나 본 적이 한번도 없다.

서너번 불러대고 신경질을 내며 난리치고 욕지거리를 해야 일어난다.

마침 꾸물거림에 대한 내용의 글을 일고 있던 터라 꾸물거림에 대하여 호신이와 집사람한테 관련부분을 읽어주었다.

요즘 남자 심리학을 읽고 있는데 꾸물거림 현상은 고치기 힘든 습관으로 대개 부모가 지나치게 간섭했거나 어릴 때 주위가 산만한 친구들에게 많이 생기는 현상이란다.

그러고 보니 호신이란 녀석이 바로 주의력 결핍 증세를 보였으며 제 어멈이 지나치게 생활을 통제하고 간섭했었다.

그 이론이 맞는다는 또 하나의 증거다.

호신이가 자란 환경을 보면 녀석이 Procrastination 증상을 보이는 것은 당연하다.

녀석은 어제 내가 귀가했을 때 집에 없었다.

분명 녀석의 운동화는 있는데 집에 없으니 어딘가 또 바람난 수캐처럼 몰려다니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해서 집사람이 단단히 화가나 계속 전화를 했는데 아예 전화를 받지 않았다.

집사람은 내 핸드폰을 이용해 아이에게 협박하려 들었다.

나는 그러지 말라고 했다.

저녁 1020분경에 집사람이 수퍼에 다니러 간 사이 녀석이 들어왔다.

내가 화가 난 어조로 어딜 다녀왔냐고 물으니 도서관엘 다녀왔단다.

믿어야 할지 모르지만 그냥 믿는 게 내 맘에 편하다.

 

그러고 잠을 자다가 정원이에게서 전화를 받았다.

12시가 넘었는데 녀석이 전화를 해서는 경국이랑 몇몇이서 술 한 잔 한다며 횡설수설 했다.

제 딴에는 친근감의 표현이겠지만 내일의 경평 수검을 앞두고 단잠을 자려던 내 뜻을 무참히 무너뜨렸다.

마침 ‘NQ로 살아라의 서문이라도 읽어놓은 상태라 녀석에게 화를 내진 않았다.

세상의 모든 사람과 차별 없이 친하게 지내야 한다.

내 이익만 생각해서 골라 사귈 것이 아니고 거리의 부랑자부터 깔끔한 회사원에 이르기까지 모든 부류의 사람들이 차별 없이 친하게 다가설 수 있는 마음의 자세를 갖추어야 한다.

그게 사람이다.

알콜 중독이 생길 수 있는 사람은 대체로 기가 약하고 열등의식이 강하며 우유부단한 성격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란다.

그런 사람이 자신의 문제를 술의 힘을 빌어 해결하기 위해 알콜을 지속적으로 찾는 것이므로 이러한 그들의 인지구조를 바꾸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한다.

그런 면에서 나는 조금 자유로운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언젠간 내게도 무슨 일이 어떻게 벌어질지 아무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