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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9

20090426 정부 경영평가 수검, 허처장 부자와 금강 견지낚시 여행

by 굼벵이(조용욱) 2024. 7.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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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금요일에 있었던 정부 경영평가 수검은 비교적 매끄럽고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평가교수가 다양한 이론을 빗대어 자신의 박식을 주장하신다.

하지만 실무 전문가인 내 입장에서 바라보면 그건 그냥 학교에서 가르치는 이론에 불과할 뿐 회사 경영에 직접적인 도움을 주기는 어려운 것들이었다.

우리의 목줄을 쥐고 있는 교수님 심기를 건드려선 안되기에 때로는 알아도 모르는 척, 아는 듯 모르는 듯 구렁이 담 넘어가듯이 설렁설렁 넘어가기도 하고 때로는 우리의 강점을 확실히 주장하기도 하면서 수검에 임했다. 

내가 수검을 거의 전담하다시피 했다.

내가 수검하는 과정을 바라본 임청원 부장이 내게 엄지를 내밀었다.

인사부문은 매끄럽게 넘어갔는데 조직부문에서 조직관리팀 식구들 답변이 애매모호하고 얼버무리는 듯해 내가 적당한 순간 끼어들어 정리해 주면서 깔끔하게 마무리 지었다.

평가가 끝나고 허처장님 얼굴을 보니 기분이 매우 좋은 듯 표정이 밝다.

복도에서 나와 신운섭 차장을 만나자

이제부터 당신들은 내 앞에서 자유다. 

더 이상 당신들을 검증할 필요가 없다. 

교수들 질문마다 답변 참고번호가 착착 나오는 것에서부터 수검이 완벽했다. 

정말 훌륭하다.”

내가 교수단을 배웅하러 나간 사이 처장님은 각 팀마다 돌아다니시면서 수고에 대한 감사의 말씀을 전하셨다.

저녁에는 고생한 차장들을 위해 회식자리를 마련했다. 

나는 모두들 자신의 일처럼 이번 수검준비에 만전을 기하며 보여준 투철한 협동정신을 찬양했다.

그런 협동정신을 자아내기 위해 나는 차장들 특정인에게 특정직무만 맡기지 않았다. 

자신들의 고유 업무영역 이외에 수시로 프로젝트를 조정해서 나누어주었다. 

그러다보니 네 일 내 일 할 것 없이 모두 다 여러 분야의 일을 해 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리더인 내가 모든 것을 숙지하고 자신감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그런 면에서 부장급은 반드시 그 분야의 전문가일 필요가 있다. 

**********************

 

다음날인 토요일 새벽은 여행준비로 바빴다. 

간밤도 예외 없이 잠을 설쳤다. 

도파민 과다분비 외에는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다.

집사람이 일어나 같이 짐을 챙겨준다. 

처장님 부자를 모시고 가기 때문에 준비할 것이 무척 많기 때문이다.

6 20분경에 집을 나서면서 처장님께 전화를 했다. 

처장님은 도착시간을 30분만 늦춰달란다.

가는 길에 우유와 물을 샀다. 

다른 사람보다 먼저 좋은 포인트에 수장대를 꽂아야만 물고기를 많이 잡을 수 있기 때문에 부지런을 떨 수밖에 없다. 

아침 식사시간도 최대한 줄여야 해서 보통은 차 안에서 샌드위치 따위로 식사를 대신한다. 

그래서 집사람에게 미리 샌드위치를 부탁했었다.

집사람은 마음에 내키면 지극정성으로 준비해 준다.

아침에 옥천 지수리 금강 줄기 자갈마당에 도착하니 10시가 채 안되었다.

처장님이 마수걸이로 피라미 한 마리를 올렸다. 

제법 피라미와 끄리가 붙어준다. 

아침에 방류를 하는지 제법 물살이 빨라진다. 

빨라진 물살 때문에 처장님 아이 재훈이가 걱정되었다. 

재훈이는 4살 때 뇌종양 수술을 받았단다. 

암치료 여파로 머리숯이 듬성듬성 파여있다. 

재훈이가 네 살까지는 한글을 다 깨우칠 만큼 정말 똘똘하게 크던 녀석이었단다.

수술 후 살아날 가망이 거의 없었다며 지금까지 살아준 것만 해도 감사하다는 이야기를 덧붙였다. 

재훈이가 균형감각에 이상이 있는지 자꾸만 물에서 넘어질 듯해서 내가 손을 잡아 이동을 시키고 물살이 빨라지자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물살의 문제를 떠나 정상인도 어려움이 있는 여울을 재훈이가 서서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다행히 재훈이는 피라미 한 마리를 잡았다. 

재훈이를 강물 밖으로 나오게 하고 내가 잡은 물고기를 재훈이가 방생하도록 했다.

집사람이 준비해 준 것들을 끓여 점심을 맛나게 먹었다. 

처장님께 소맥 한잔 말아드렸다. 

식사와 더불어 소맥 한잔씩 하고 나니 배가 부르다. 

응태와 오전무가 함께 할 것을 대비해서 넉넉히 준비해간 음식이기에 2인분이 남아버렸다. 

남은 음식은 그냥 땅에 묻어버리는 수밖에 없었다.

식사 후엔 자갈마당 포인트를 떠나 독락정 포인트로 향했다.

거기서 우린 오전무님과 합류했고 처장님도 끄리 몇 마리를 잡았다. 

참 다행이다. 

처장님이 이제는 견지에 대해 조금 알 것 같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러면 되었다.

관심이 있다면 이런 저런 자료를 통해 혼자 스스로 익히게 되어있다. 

또 한 사람의 견지 환자가 탄생하는 순간이 올지 말지는 오로지 스스로의 결정에 달려있다.

자동차가 빵꾸가 나서 SOS 서비스를 불렀다. 

정비하는 친구들이 바람 만 넣고 그냥 가려고 해서 내가 바퀴를 들고 물에 들어가 빵구 난 자리를 알아내어 응급처치로 때울 수 있었다. 

수고비로 담배 값이나 하라며 10000원을 주었다.

저녁은 오전무님이 등나무 가든에서 끓인 끄리 매운탕을 주 메뉴로 하였다. 

얼마나 맛나게 끓였는지 내가 끄리 대여섯 마리는 족히 먹은 것 같다. 

밥은 하나도 안 먹고 끄리 매운탕만 먹었다.

옆방에서는 40대 후반 쯤 되어 보이는 친구들이 동창회를 한다고 등나무 가든을 완전히 점령하고 음주가무는 물론 고스톱으로 시끄럽게 밤을 새우는 바람에 처장님과 재훈이가 제대로 못잔 것 같다. 

우리도 잠들기 어려운 상황은 매한가지였다. 

하지만 오전무님은 천장이 무너지도록 코를 골면서 잠을 잘 잔다.

나는 코골이 덕분에 자다 깨다를 반복하다 아침 6시에 눈을 떴다.

오전무님이 빨리 여울에 들어서고 싶어 하시고 아침으로 라면이나 삶아 먹었으면 하시기에 허처장님에게 이야기하니 허처장님도 아침 밥 많이 안 먹으니 라면이 좋겠다고 하신다

재훈이도 야외에서 라면 끓여먹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다.

독락정으로 가서 내가 라면을 끓이는 동안 오전무님과 허처장님은 함께 낚시를 했다.

라면 맛이 기가 막히다. 

늦어진 시간으로 촐촐하기도 하지만 야외에서 먹는 것이어서 더욱 맛나다. 

모두들 국물 한 방울 남기지 않고 싹싹 먹었다. 

김치도 남김 없이 모두 비웠다.

식사를 마치고 내가 겨우 독락정 물에 들어서 딱 한 마리를 잡았는데 서울 올라가는 게 났겠다고 하신다. 

서운하지만 처장님과 재훈이를 생각해서 군말없이 얼른 낚시를 접었다. 

서울로 올라오는 길이 엄청 졸렸다.

졸음을 참아가며 힘들게 올라왔다. 

호두과자를 사서 조금씩 뜯어 먹어가면서 잠을 깨었다.

점심식사를 하자고 했지만 그냥 가시겠다고 해 처장님을 집 앞까지 바래다주고 집으로 들어왔다.

집사람과 좋은 시간을 가진 후 1시간 정도 낮잠을 잔 뒤 영화 두 편을 보고 일요일 하루를 마무리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