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삶의 지혜를 찾아서/인문학 산책

꿀벌의 예언(베르나르 베르베르)

by 굼벵이(조용욱) 2024. 9. 1.
728x90

 성서에 천사가 인간에게 남긴 지문에 관한 얘기가 나와요 
아기가 세상에 태어날 때 천사가 
'네 전생들은 모두 잊어버리렴' 하면서 손가락을 갖다 대 생긴 자국이 우리 입술과 코 사이에 있는 인중이라는 것이죠.
그렇게 해서 인간은 태어나는 순간 과거의 자신을 완전히 잊어버리게 돼요.
그게 바람직한 것이예요.
설령 자신이 누구였는지 기억해낼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게 무슨 도움이 되죠.
 
벌은 개미, 등검은 말벌과 함께 말벌에서 분화되어 나왔죠
고릴라와 침팬지 인간이 같은 조상을 둔 영장류동물인 것과 같아요.
원시 말벌을 조상으로 둔 개미와 꿀벌, 등검은 말벌은 일종의 사촌형제인 셈인데 먹이가 이들을 저마다 다르게 진화시켰다고 이해하면 돼요
꿀벌은 식물성, 등검은 말벌은 동물성, 개미는 잡식성이죠.
세 막시류 곤충은 여러 가지 차이점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 커다란 공통점이 있어요.
군집 생활을 하며 한마리의 여왕을 중심으로 계급 체계가 짜여 있죠 

 꿀벌이 소통하는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어요. 
첫 번째는 춤이춤이에요 
꿀벌은 밀원이나 물의 위치를 알려주기 위해 공중에서 8자 모양을 그리죠 
이 팔자의 기울기는 태양을 기준으로 목표물이 있는 위치와 목표물까지의 이상적인 비행 경로를 나타내요 
윙윙거림의 파동수는 목표물까지의 거리를 뜻하죠. 
팔자를 그리는 횟수는 집으로 가져올 수 있다고 판단하는 꿀의 양을 나타내요 
두 번째는 진동이에요. 
탐험을 마치고 벌집으로 돌아온 벌은 날개를 파다닥거려 자신이 발견한 것을 다른 벌들에게 알려주고 꿀이나 꽃가루를 수확해 오려면 몇마리가 날아가야 하는지 말해주죠 
세번째는 냄새예요. 
더듬이를 가진 곤충이 다 그렇듯 벌도 페로몬을 내뿜어 소통해요. 
페로몬은 일종의 비말로 인간 언어로 치자면 문장에 해당하죠. 
꿀벌은 페로몬을 방출해 후각적 소통을 하는 거예요. 
네 번째는 노래예요. 
여왕벌을 선출할 때 내는 소리죠
일벌들의 윙윙거리는 소리를 뚫고 찢어질듯이 날까로운 소리가 연속으로 들려옵니다
흡사 돌고래 울음소리 같기도 합니다.
경쟁 관계에 있는 여왕벌 후보들이 벌집을 통치할 여왕벌을 정하기 위해 죽음의 결투를 청할 때 내는 소리죠
이 결투에서 단 한 마리만 살아남아요.
마지막으로 미각을 통한 화학적 소통 방법이 있어요.
꿀과 프로포리스 로열 젤리는 맛이 다 다르게 만들어지는데 벌들은 이 맛을 보고 개체수를 늘려야 하는지 줄여야 하는지 판단해요.
꿀을 먹으면서 우리는 꿀벌의 내부 정보까지 먹는 셈이죠. 
 
전체식물 종의 80%가 꿀벌이 있어야 번식을 할 수 있어요.
꿀벌 실종은 우리가 그 파장을 예측하기 힘든 어마어마한 환경 재난을 불러올 거예요.
벌에 의한 수분을 사람이나 로봇을 이용한 인공 수분으로 대체하려는 시도를 이미 중국에서 한 바 있어요.
하지만 효율이 형편없었죠. 

 예언서에 따르면 세계는 삼보 전진 이보후퇴의 법칙을 따를 것이라고 하네. 
전진의 단계에서는 공감과 연민에 바탕을 둔 조화로운 세상을 향해 나아가지 인류의 평화와 연대를 위해서 말이야. 
그러다 갑자기 폭력과 몽매주의자와 야만의 지배하는 위기의 순간이 찾아온다는 것야. 
그러면 인류는 진보를 멈추고 후퇴하는 거지. 
이보 후퇴의 시기야. 
감염병과 재난이 닥치고 학살과 전쟁이 이어지는 거야. 
어리석음이 득세하니 광신주의가 발동하겠지. 
불공정이 세상을 지배하고 냉소에 찬 왕들과 거짓말을 일삼는 대신들이 권력을 휘두를 거야. 
이보후퇴의 위기 뒤에는 어김어김없이 삼보전진의 시기가 다가온다고 
이렇게 전진과 후퇴를 거듭하는 가운데 인류는 꾸준히 앞으로 나아간다고 예언서에는 적혀 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