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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지혜를 찾아서/인문학 산책

눈에 갖힌 외딴 산장에서(히가시노 게이고)

by 굼벵이(조용욱) 2024. 8.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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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일곱이 눈에 갖힌 산장에서 하루에  한 사람씩 죽어나가는 살인사건을 다루었다.
이 배우들은 새로운 연극의 오디션에서 새로이 선발된 사람들이다.
여섯은 같은 극단 소속이고 하나는 다른 극단 소속이다.
세 명의 배우가 하루에 한 사람씩 사흘에 걸쳐 각기 다른 방식으로 타살되고 시체도 감쪽같이 사라졌다.
다른 극단 소속의 배우가 날카로운 시선으로 사건의 전말을 밝혀낸다.
마지막은 그게 모두 고도의 연극이었다는  것으로 극적인 반전을 도모한다.
하지만 마지막을 읽을 때까지 그게 연극인지 사실인지 구분하기 어려울만큼 박진감을 느낀다.
 
우리네 인생살이 또한 그 누군가 창조주의 기획에 의한 고도의 역할극이 아닐까?
추리소설의 특징은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사건 사고를 다룬다는 것이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비극적 종말을 안다면 미리 죽는 게 낫고 희극적 종말이라면 그 때까지 버티는 삶이 더 낫다.
하지만 인생엔 해피엔딩이란 없다.
모두 추하게 늙고, 병들어 아프고 힘들게 죽기 때문이다.
그래도 끝까지 살아내야 하는 게 인생이다.
희극이 아니라 비극으로 끝난다는 걸 알기에 죽어야지 죽어야지 노래를 부르지만 끈질기게 삶을 이어가는 우리들이다.
인생도 이런 극적인 반전이 일어나는 상황극으로 끝났으면 좋겠다.
어쨌거나 노병사의 고통은 오로지 인간과 인간이 길들인 것들에만 적용되는 아픔이다.
동물의 세계에선 늙기 전이라도 약해지거나 병들면 포식자에게 잡아먹힌다. 
늙고 병들어 죽어가기 전에 잡아먹히는 거다.
즉 몸보시하며 좋은 일 하고 떠나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