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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9

20091020 MBO와 고슴도치 길들이기

by 굼벵이(조용욱) 2024. 9.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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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20().

박인환 차장이 내가 처장님과 점심식사를 같이 할 수 있는지를 묻는다.

그렇게 하겠다고 하고 어떤 종류가 좋을지를 물었더니 생태탕을 드시고 싶어 해 예약까지 마쳤다.

그런데 1130분경에 처장님이 전화를 했다.

비서실장과 약속이 있었던 것을 깜빡하셨단다.

이미 생태탕은 불 위에 올라가 끓고 있는데 지금 와서 취소할 수도 없는 노릇이어서 그냥 우리 팀 식구들이 모두 가서 먹기로 했다.

덕분에 포식했다.

어제는 하루 온종일 특별한 일이 없이 조용히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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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헌석이가 right people 에 관한 해설서 소책자를 만들었다며 가져왔다.

이것저것 엮어서 책이라고 내어놓았는데 구름을 잡는 허망한 이야기들로 구성되어있다.

혁신 10계명을 인사 차원에서 재해석하고 인력개발계획을 두서없이 늘어놓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걸로는 무리가 목표로하는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 책자를 만들기 위해서 김헌석이는 수많은 나날을 고민하며 힘들게 보내야 했을 것이다.

그래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를 칭찬해 주는 일 밖에 없을 것 같아 일부러 인력개발팀장 자리에 가서 큰소리로

이 책 누가 만들었나?”

하고 물으니 백팀장이

우리 김헌석이가

한다. 이어서 내가

책 참 잘 만들었네. 고생했어!”

하고 큰소리로 한마디 해 주었다.

다른 팀 팀장이 나타나 칭찬의 말 한마디를 건넬 때 부하직원의 가슴은 기쁨으로 활활 타오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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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에 김응태에게 전화를 거니 별 약속이 없단다.

권춘택이도 약속이 없는 것 같다.

미자네 곱창집을 소개시켜주기 위해서 같이 갔다.

자리를 함께 한 친구들이 대체로 만족해하는 것 같다.

재무처 임병묵 차장도 찬사를 늘어놓았다.

나 없이도 자기들끼리 삼삼오오 떼를 지어 가끔씩 찾아 한잔 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음식점을 나오는데 미자가 웬 검은 테 안경을 낀 남자를 소개시켜준다.

자기 남편이란다.

그와 악수를 했다. 

그러더니 문 밖으로 나와서는

사실은 10년 전에 이혼했어.”

한다.

(속으로 '아니 뜬금없이 그런 사람을 왜 나한테 소개시켜주냔 말이야' 했다)

우린 푼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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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응태 특유의 술 코스대로 생맥주집에 가 입가심으로 한잔씩 했다.

춘택이와 택시를 타고 오는데 임차장이 굳이 택시 안에 차비를 집어넣는다.

권팀장에게 주었다.

정신 놓고 마신 술이 많이 취한 것 같다.

침대에 눕자마자 골아 떨어졌다.

나도 모르게 자다보니 안경을 쓴채로 잤다.

다행이 고장은 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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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슴도치 행동에 별로 변화가 없다.

그정도 하면 다가올만도 한데 친애행동을 보이지 않고 내 손바닥 위에서 식식거리며 얻어 먹기만 하고는 제 집으로 잽싸게 기어들어가 버린다.

녀석이 친애행동을 보이게 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시도가 필요할 것 같다.

사람도 마찬가지인 듯싶다.

스스로 변화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부모나 리더에 의한 다양한 시도가 필요하다.

방임은 방종을 부르고 방종은 게으름을 가져와 편안함에 안주하며 인간을 무너뜨린다.

 

내가 만든 MBO에 저항하는 직원들을 위한 격려문을 만들었다.

 

여러분 반갑습니다.

가뜩이나 바빠 죽겠는데 MBO다 뭐다 해서 많이 귀찮고 힘드시죠?

귀찮게 해드려서 죄송합니다.

우리 집 작은 아이가 고슴도치 한 마리를 가져다 놓았습니다.

사람에게 길들여져 있지 않은 녀석이라 사람만 있으면 제 집에서 나오려고 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밤이면 야음을 틈타 이리 뛰고 저리 뛰고 박박 긁고 하면서 시끄럽게 혼자 놉니다.

그러니 작은애가 시끄러워서 잠자기가 무척이나 힘들었겠지요.

집사람이 안 된다는 것을 생떼를 써서 자기가 가져왔지만 막상 가져와서 보니 고슴도치는 제 집에 처박혀 내 마음대로 놀아주지도 않고 털 가시를 곤두세워 만질 수도 없고 밤에 잠도 못 자게 하니 아들녀석이 견디겠어요?

일주일도 안돼서 포기하더군요.

고슴도치를 그냥 내팽개쳐 놓고 방치하는 겁니다.

그래서 아침밥을 먹는 자리에서 녀석에게 그랬어요.

너 사랑이 뭔 줄 알아?

네가 좋아한다고 생 떼쓰며 가져다 놓고는 귀찮다고 팽개치는 게 사랑이 아니야.

사랑은 네가 좋아하는 것을 위해 희생하는 거야.

여자 뒤꽁무니만 따라다닌다고 사랑이 찾아오는 게 아니고 사랑하는 여자가 늙어 추한 모습이 되어도 마지막까지 모든 것을 책임지고 희생할 준비가 되어야 사랑이 찾아오는 거야.

그 정도의 희생정신을 가지고 있으면 네가 원하지 않아도 하나님이 훌륭한 여자를 네게 보내주신다.

그게 자연법칙이란다.“

그래서 다음부턴 내가 그 고슴도치를 길들이기 시작했습니다.

우선 먹이로 집밖으로 유인해 끌어내고 조금씩 조금씩 밖으로 끌어내다가 다음엔 내 손바닥에 안기는 훈련을 했지요.

다음은 무릎 위에 올리기도 하면서 사람에 대한 친애행동을 익히도록 했더니 요즘은 아침저녁으로 별 탈 없이 잘 먹고 잘 놉니다.

여러분 우리 회사 비전이 뭡니까? Global top 5 utility for green energy 이지요?

그게 세월이 가면 아무런 노력 없이 그냥 실현될까요?

그게 실현되기 위해서는 시스템적으로 뒷받침이 되어야 합니다.

인사 시스템이 5류 인데 어떻게 global top 5를 실현할 수 있겠습니까?

저는 한달에 한번씩 인사부장 교류회에 나가고 있습니다.

사실 우리 회사 인사시스템은 정말 창피스럽습니다.

인사 시스템이 오류면 여러분도 5입니다.

우리가 아무리 잘났다고 큰소리 쳐 봐야 밖에선 모두 비웃습니다.

일류회사답게 시스템도 일류로 갖추자는 의미에서 만들어진 것인 만큼 힘들어도 우리가 함께 가꾸어 나가야합니다.

사람도 고슴도치와 같습니다.

고슴도치처럼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컴컴한 집 안에 처박혀 나오려하지 않을뿐더러 현상에 안주하려는 습성도 가지고 있습니다.

훌륭한 리더는 제가 고슴도치를 사랑스런 애완동물로 만들 듯 부하직원을 최고의 인재로 육성할 수 있습니다.

리더가 어떻게 조직구성원을 관리하느냐에 따라 조직구성원의 행태는 달라집니다.

제가 추구하는 MBO는 일종의 리더십 훈련입니다.

코칭 리더십을 통해서 훌륭한 부하직원을 육성하는 시스템입니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모든 직원이 스스로 몰입하고 성장하는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한 것입니다.

지금 조금 불편하게 느끼실지 모르겠습니다만 새가 되기 위해서는 알을 깨는 아픔 정도는 감수해야 합니다.

처음에는 힘든 것 같지만 나중에는 오히려 편해질 것입니다.

여러분의 적극적인 협조를 부탁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