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1(금)
두 분의 선배 정년예정자를 만났다.
두 분 모두 나를 제일 힘들게 하시는 분들이다.
이치훈 부장은 그래도 나름 명확한 논리와 주장으로 자신을 표현하며 나를 이해시킨다.
그러나 김승환처장은 내가 두 번이나 직접 모셨던 상사인데 자신의 논리를 자신도 모르는 듯하다.
설명이 애매모호해 내가 그 뜻을 명확히 이해하거나 알아듣기 어렵다.
지금까지 일해오면서 자신의 생각보다는 주로 다른 사람의 생각을 가져다 쓰는 일에 전념해 왔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수요일인 지난 29엔 이치훈 부장을 만났다.
노무처 정귀동 처장이 이치훈 선배를 자신이 한번 만나 직접 설득해 보겠다고 나섰다.
그러자 김종호 전무가 나랑 같이 가도록 한 거다.
정처장은 혼자 가서 단도직입적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했지만 이치훈 선배가 그걸 원하지 않았던 듯하다.
그래서 결국 나와 함께 노원역까지 가서 그를 만나 참치집에서 소주잔을 기울이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내가 예상했던 것처럼 정처장이 아무리 노력해도 결과값은 꽝이다.
이치훈 부장이 부위원장 윤맹근 차장을 대동했는데 결국 시간과 술값만 축냈을 뿐 쓸데없는 이야기만 반복하다 돌아왔다.
하지만 정처장은 나름 위안을(comfort/consolation) 받는 느낌이다.
그들이 제기한 구제신청을(help request) 정부 경영평가 이후로 연기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정부경영평가에서 좋지 않은 평가를 받을 소지가 있었는데 조금이라도 미루어진 듯한 느낌을 받았던 듯하다.
제기 되기 전이라면 몰라도 일단 제기된 구제신청은 정부가 정한 일정에 따를 뿐이다.
심의를 보류해 달라고 요청할 수도 없다.
그렇다고 이분들이 취하할(withdraw) 사람들도 아니다.
무슨 이야기인지 모르지만 그는 스스로 그렇게 자위했다.
그들을 보내고 난 뒤 정처장이 다른 사람들과 저녁약속을 한 장소로 나를 함께 데려갔다.
돼지 껍데기 집에서 소주를 마시고 있는 그들과 합류했다.
그 바람에 돼지껍데기 안주에 2차 술을 마시느라 과음하고 말았다.
그들이 차비를 택시 안에 던져넣었는데 정처장이 그걸 내게 건네기에 정처장 댁 앞까지 돌아 바래다드리고(see him off) 귀가했다.
**************
어제는김승환처장이 전화를 했다.
첫마디부터 '야!'로 시작하며 쌍욕을 해댔다. (roar)
자신이 정한 데드라인이 오늘인데 지금껏 마땅한 조치가(action) 취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얼마나 심하게 욕을 하는지(cuss/curse) 내 가슴에서 울컥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느꼈다.
때로는 그것이 나도 모르게 흘러나와 그에게 느낌으로 전달되었다.
그런 정도에 쉽게 흥분(excitement)하고 일을 그르칠 나였다면 내가 이 자리에 있지도 않았다.
슬기롭게 받아 넘겼다.
처장님이 원하시는 게 뭐냐고 물었다.
그는 결국 돈이었다.
직무급(the salary attached to the job)을 달라고 하신다.
과거엔 연수원에서 대기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일정액의 업무추진비를 지급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게 다 없어졌다.
이 어른이 그걸 기억해 내고는 내게 직무급을 달라고 떼를 쓰는 것이다.
무슨 근거로 자신이 법인고객관리 업무를 수행해야 하느냐고 묻기도 한다.
자신은 수금과에 소속되어있기 때문에 수금업무만 하면 된다는 것이다.
생떼를 쓰고 계신 것이다.
30분이 넘도록 그는 내게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댔다.
난 도대체가 무슨 소리를 하는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횡설수설(talking nonsense) 하시는 듯하다.
이 때문에 기분이 몹시 상한 상태에서 인사처장과 점심을 먹으러 갔다.
맹상호 부장이 인사처장과 함께 점심을 같이 하자고 했기 때문이다.
음식점 문 앞에 도달할 무렵 김승환처장으로부터 전화가 다시 걸려왔다.
이번엔 사과의 전화다.
그렇게 조져놓고 당신이 생각해도 너무했다 싶었던 거다.
점심 밥 잘 먹으란다.
뒤집어진 속이지만 어쨌거나 점심은 잘 먹었다.
원래 맹부장이 밥을 사려 했지만 인사처장이 밥값을 먼저 냈다.
맹부장이 황당해 했다. (absurd)
나도 조금 당황했다.
인사처장 나름대로 우리를 위한 배려방식인데 그건 괜찮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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