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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모임,취미생활/조행기

임진강 멍짜 콤플렉스

by 굼벵이(조용욱) 2009. 4.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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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강이 나를 실망시키지 않는군요.

어제(4.5)는 정말 신나는 하루였습니다.

이런 계절에 대 멍 포함 아홉수를 했다면 믿으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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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 장모님 생신에 처가 식구들과 점심식사를 같이 해 준 것이 고마운지

“내일 임진강이나 같이 갈까?” 하는 내 질문에

집사람도 대답이 예전과 다릅니다.

“귀찮으니 혼자 갔다 와요!”에서

“그럴까?!!”로 바뀌었습니다.

지난주에 피라미 잡으러 가면서 청량낚시에 주문한 덕이가

사장님의 후한 인심 덕분에 조금 남았는데 버리긴 무엇하고

베란다 아이스박스에 넣어두었더니 아직 쓸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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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마음에 집사람 바지장화까지 챙겨 보았습니다.

3년 전에 사놓은 장화를 아직 한번도 신어보지 않았던 사람인데

공연스레 헛손질만 했다가는 영영 장화를 안 신을 것 같아서

“이건 다음에 끄리 잘 나올 때 금강에서 신어보자”

하면서 다시 원위치 합니다.

집사람은 애초부터 생각이 없었는지 웃기만 합니다.

봄볕이 그렇게 다사로울 수 없습니다.

시샘을 부리던 지난 겨울은 냉이 캐는 아낙의 보드라운 손길에

스르르 녹아버린 것 같습니다.

우리 회원님이(닉 기억상실) 꽂아놓은 수장대 옆자리에서 줄을 흘려봅니다.

앗, 입질이 감지되었습니다!

온 신경이 곤두섭니다.

지난겨울 맛보았던 스릴이 되살아납니다.

아니나 다를까 녀석은 결국 내 덫에 걸리고 맙니다.

멍짜가 그 큰 눈으로 방긋 인사를 합니다.

이게 얼마만인가!

헌데...

도요새님이 나타나 앞 여울에서 흘림낚시를 한 후부터는 입질이 뚝 끊어집니다.

도요새님은 잠시 후 한수 걸어서 나옵니다.

내 짧은 머리로 분석해 보니 도요새님의 공격으로 누치 길목이 차단당한 것 같습니다.

얼른 도요새님 옆자리로 이동합니다.

가자마자 한 수 걸어냅니다.

거기에 어장이 형성되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오전 멍짜 3수로 마무리 하고 점심을 준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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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점심 뭐 해 줄 건데?”하는 집사람 질문에

“오늘은 새로운 메뉴를 한번 시도해 볼 거야”

하지만 집사람 절대 믿지 않습니다.

그저 라면에 이것저것 넣어서 개죽처럼 만들어 놓고 퓨전요리가 어떻고 하는

내 수법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내 비장의 메뉴를 시식합니다.

집사람 표정이 그리 나쁘지 않습니다.

잘 먹습니다. 그만하면 성공입니다.

여울엔 술친구가 꼭 있었는데 오늘은 없습니다. 막동이가 그립습니다.

소주는 부담가고 맥주는 배만 불러 소맥을 즐긴 지 꽤 되었습니다.

나이 들면 스스로 자신에게 적합한 알콜 도수 까지 계산해서 술을 마셔야 합니다.

물 속에 있는 도요새님을 부릅니다.

소주 한 병, 맥주 한 병씩만 가지고 갔는데

도요새님이랑 둘이 마시는데도 결국 반병을 남깁니다.

이젠 酒仙의 경지에 올랐나 봅니다

오후 두시부터 두 시간 남짓에 무려 여섯 마리를 올립니다.

그중엔 60짜리 대 멍도 올라옵니다.

대적비 한 마리가 올라 오길래 귓속말로

“할아버지 모시고 오너라” 하면서 돌려보냈더니

곧바로 대멍이 납시었습니다.(기특한 대적비입니다)

오늘 같기만 하면 세상에 부러울 것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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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사소한 것에 목숨을 거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바로 한 단계 위에서 바라보면 정말 어처구니없는 사소한 일로 죽음까지 무릅씁니다.

그걸 우리는 콤플렉스라고 부릅니다.

어떤 사람은 가방 끈에 콤플렉스를 느끼고

어떤 사람은 작은 키를 콤플렉스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콤플렉스는 태어나 자라오면서 의식 또는 무의식 안에 축적된

생각의 덩어리입니다.

순전히 개인적인 인지도식이지요.

사실 남들은 그리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들이랍니다.

그 큰 덩치의 누치가 코딱지만도 못한 구더기 세 마리에 목숨을 걸 듯

사소한 것에 목숨을 거는 바보 같은 일은 하지 말아야 할 것 같습니다.

심호흡 한번 하고 견지낚시꾼이 누치를 바라보듯

자신을 관조할 수 있는 여유를 가져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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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낚시를 합니까?” 라고 누가 묻거든 바로 이렇게 답하십시오.

내가 누치를 바라보듯 내 안의 콤플렉스를 관조하기 위해서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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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뜩이나 어려운 세상에 견지낚시가 우리 삶에 희망과 용기를 주었으면

하는 바램으로 오랜만에 조행 글을 올립니다.

 

 어항을 적게 만드니 꽉 채우네요.

 계측 들어갑니다.

 

 이놈이 턱걸이 대멍이랍니다.

집사람 사진 실력이 조금 부족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