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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2

20020710 P부장의 잘못된 습관

by 굼벵이(조용욱) 2021. 3.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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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 7. 10() : P부장의 잘못된 습관

 

아웃플레이스먼트 서비스 용역 현장설명이 있었다.

OOO 사가 제일 먼저 도착했다.

이어서 OOOO사가 도착했는데 현장설명을 하러 온 사람이 양복은 걸쳤으나 가방을 메고 들어서는 폼이 영 꾀죄죄해 보였다.

옆에서 나와 함께 일을 보던 LJH 과장이 그 회사 괜찮은 회사냐고 물었다.

그런 사소한 외관상의 모습 하나하나가 개인을 판단하고 나아가 그 회사를 판단하는 잣대가 된다는 게 슬프지만 나도 모르게 우리네 의식 속에 그런 편견이 자리 잡혀 있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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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견자 전적 관련해서 전무님께 설명을 드리러 갔다.

비서 아가씨가 왜 이렇게 오랜만에 오셨냐며 환하게 웃는 얼굴로 반겨준다.

어디서 누구를 만나든 이렇게 환하게 웃으며 인사하면 즐거운 세상이 된다.

때가 때이니만큼 전무 방에 자주 가 보아야 하는데 내가 제대로 못하고 있는 것 같다.

 

JBK 과장과 상담을 했다.

그는 조직 내 개인갈등이 무척 심한 상태임을 알 수 있었다.

사람은 무척 순박하고 착한 것 같은데 회사생활의 미래 비전을 모두 포기할 만큼 갈등상황이 심각한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에게 오늘 하룻밤 더 고민해 보고 내일 다시 이야기하자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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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O사업소 KHM 대리가 수개월 전부터 술 한 잔 하자고 했었는데 오늘 그 날이 잡혔다.

LJB과 PJM 그리고 KYH이 술자리에 함께 했다.

K대리는 나를 배려해서 내가 좋아하는 군산 아구찜 집에 예약까지 해 두었다.

제일 큰 대자로 하나를 시켜 다섯 사람이 배불리 먹었다.

PJM은 예전의 버릇 그대로 맥주 한 병을 시켜 혼자 홀짝거리고 있었다.

나는 그를 음식점에서 세 번 만났는데 제일 처음은 배나무골 오리집에서 LJB와 함께 만났다.

그때 그는 바쁘다며 무슨 걸신들린 사람처럼 게걸스럽게 혼자 먹어댔었다.

내게는 그 모습이 엄청 천박하게 보였었다.

그리고는 우리는 아랑곳하지 않고 사장 핑계를 대며 부지런히 회사로 사라졌었다.

그때도 혼자 맥주를 한 병 시켜 저 혼자 홀짝거리는 모습이 별로 좋아보이지 않았었다.

다음 그를 만난 것은 BYK 과장이 OO사업소로 발령을 받고 가는 송별식 자리에 함께 초대를 받았을 때이다.

이름 모를 허름한 횟집이었는데 그때도 똑같이 맥주 한 병을 시켜 혼자 홀짝대다가 바쁘다며 홀연히 사라져 버렸었다.

그런 그가 나에게

조과장님 하고는 술자리가 오늘이 처음이지요?” 라고 묻는 것이었다.

그가 그동안 나를 얼마나 하찮은 사람으로 알고 있었는지를 짐작하고도 남는 질문이다.

나는 그에게 아무런 감정의 변화를 밖으로 보이지 않은 채

오늘이 세 번째인 걸로 기억됩니다. 첫번째는...., 두 번째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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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대리가 한잔 더 하고 싶어 했고 나는 그에게 한잔을 더 사주고 싶었다.

그래서 우린 조그만 카페(블루칩)에 갔다.

우리가 맥주를 시켜 마시던 중에 OO거래소로 전적한 LWY 과장 일행이 들어섰다.

그는 지난번 인사발령 때 도와줘서 고맙다며내게 양주를 한 병 보내왔다.

크게 도와준 것도 없는 내게 너무 고마워하는 것 같아 많이 쑥스러웠다.

그런 나를 보고 K대리가 무척 좋은 느낌을 받은 것 같았다.

그러면서 나에 대한 일반의 이미지를 말해 주었는데 무척이나 곧은 사람으로 평가된다는 것이었다.

나는 잠깐 동안 조광조의 후손이니 그럴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그건 어릴 때 좀 괜찮은 집안에서 자존심을 지킬 수 있게 살아온 사람들에게 나타나는 특성 중의 하나이다.

그는 내게 휴가를 같이 가고 싶다고 말했다.

그래서 우리는 아무런 계획 없이 무작정 떠나는 여행을 같이 떠나기로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