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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2

20020809 내 후배 CCH

by 굼벵이(조용욱) 2021. 3.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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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 8. 9() : 내 후배 CCH

 

별로 하는 일 없이 시간을 너무 허비했다.

노조 PHK 국장의 지원요청으로 노조 사무실에 올라가 두어 시간을 빼앗기고 나니 금세 점심시간이 되었다.

오후 내내 16일에 있을 노사협의회 안건에 대한 회사측 검토의견서를 작성하는데 보내야 했다.

OOO사에서 OHS이가 왔기에 그에게 OPC 관련 업무지시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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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CCH 국장과 저녁식사를 하기로 했다.

그는 복지국장과 함께 사철마을에 먼저 가 있었다.

때마침 1직급 인사가 진행되고 있었기에 LJB 과장은 도저히 나올 수가 없는 상황인 것 같았다.

결국 SUS 과장과 나 둘이서 먼저 약속장소로 갈 수밖에 없었다.

노사간의 대화라기보다는 같은 사무실 선후배 간의 대화라고 보는 것이 더 나을 만큼 대화의 내용은 사적이고 신선한 내용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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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철마을에서 소주를 마신 후 S과장은 선약에 따라 다른 친구들과 2차 합류를 위하여 자리를 떴고 나는 그들을 로스팜파스로 인도했다.

그들은 아마도 그 자리가 처음인 것 같았고 나름대로 그 분위기를 좋아했다.

우리는 거기서 또 수다를 떨기 시작했는데 그가 장위초등학교를 졸업하였다는 말에 나는 무심코 남대문 중학교를 이야기 했고 그는 깜짝 놀라며 자기도 남대문 중학을 나왔다고 했다.

이래서 그와 나는 다시 얽혀들기 시작했다.

우리는 맥주 한 병을 더 시켜 마시며 옛날 장위동 시절 공주능에 놀러 다니던 시절을 회상하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공주능에서 팔던 목장 우유 이야기, 정헌주라는 친구와 공주능 개울에서 가재 잡던 이야기 등등으로 시간 가는 중 모르고 옛날의 우수에 젖을 수 있었다.

 

정헌주.

전라도 시골마을에서 서울로 올라온 친구다.

돌이켜 보건대 전라북도 어느 산골마을 출신이 아닌가 싶다.

찢어지게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난 그의 아버지가 먹거리를 찾아 변두리 서울 장위동에 들어선 듯하다.

그는 내 짝이었었는데 공부는 지질이도 못했지만 마음 만은 비단결이었다.

나는 그런 친구들을 좋아했고 그래서 그와 자주 놀러다니곤 했다.

빈대떡, 빈대떡 하며 사람들이 흔하게 말하지만 나는 사실 평생에 살아있는 빈대를 본 적이 없다.

그래서 그 빈대가 어떻게 생겼는지 언젠간 그 실물을 꼭 한번 보고싶었다.

아담의 유혹과 비슷한 생각일지도 모른다.

나의 빈대이야기를 듣던 헌주가

우리 집에 빈대 많아.” 했다.

그래?” 했더니

잡아다줄까?” 해서

그래.” 했더니

그가 다음날 책가방에서 비닐봉지에 넣은 빈대 한 마리를 꺼내서 보여주었다.

이미 죽은 것이어서 움직이지는 않았다.

아마도 비닐봉지 안에서 질식했던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실물 빈대를 태어나 처음 보았다.

요즘 사람들도 빈대떡을 많이 먹고 빈대떡 신사 노래도 부르지만 정작 빈대를 직접 본 사람은 드물 것이다.

그 친구는 또 가재잡이 귀신이었다.

나는 사실 가재가 어디 있는지 잘 모른다.

또 있는 것을 보았다해도 잘 잡아내지 못한다.

그런데 헌주는 공주능 계곡에서도 귀신같이 가재를 찾아내고 잡아내어 내게 주었다.

나는 그걸 소중하게 병에 담아오곤 했었다.

그 친구는 지금 어디에서 무엇을 하며 살고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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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H, 내가 무척 좋아하는 친구인데 결국 그가 중학교 후배였다는 것을 알게 되니 더더욱 친근감이 갔다.

평택에서 같이 근무할 때 깔끔한 공사 설계서를 내게 가져와 나를 감동시키더니 노조 총무국장인 모습으로 다시 내 앞에 나타나 다시 나를 놀라게 한 친구.

그는 너무 샤프해 노조에서 회사생활을 마치기엔 너무 아까운 인재였다.

그래서 나는 평택에서 신입사원인 그를 만날 때부터 그가 회사의 동량으로 커나가길 진심으로 바랬었다.

그런 그가 노조의 진정한 거목으로 크게 성장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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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정형의 심리적 요구사항은 상대의 어떠한 공격도 감정적으로 받아들이지 말라는 것이다.

절대 방어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도록 해라.

상황을 지배하는 법칙은 새로운 상황에 의하여 폐기된다.

-나폴레옹.

당신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낸 껍질이나 시스템은 언젠가 당신을 파멸로 이르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