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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무들기 농장

나의 아저씨

by 굼벵이(조용욱) 2023. 4.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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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저씨.
촌수로 따지면 조카뻘이지만 나보다 15살이나 위시니 아저씨다.
새벽녘에 내 농막앞에 트랙타를 끌고 오셔서 내 밭을 간다.
멘토 아짐이 자신의 생각을 쇳소리나게 주문해도 못들은 체 자신의 생각대로 갈아놓으신다.
시골 노인들은 그렇게 생각과 행동이 충돌하며 하찮은 일로 싸우신다.
내가 보기엔 두분 다 쇠고집 이시다.
갈아엎기 전에 미리 시비해야 해서 삐그덕 거리는 허리를 달래가며 전날 오후 한나절 고생했었다.
쇠고집 아재를 포함해 동네 어르신 세분을 모시고 2주에 한번씩 맛집을 탐방한다.
어르신들은 밥값내는 순서를 정하고 자신의 순서가 되면 각자 자신이 선택한 맛집에 가서 식사를 한다.
물론 운전은 대개 내몫이다.
내가 함께 술을 마실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어서 쇠고집 아재는 나를 다른 사람보다 더 좋아하신다.
밭갈이 비용을 드려야 하는데 한사코 안 받으시려 해 한참 실랑이를 벌여야 했다.
내가 기술을 배워 관리기라도 운전할줄 알아야 하는데 겁이나 못하고 있다.
그거라도 배워볼 요량으로 귀농귀촉 교육을 신청했는데 감감무소식이다.
떨어졌나보다.
쇠고집 아재를 보내고 감자 심을 자리에 비닐 멀칭을 했다.
멘토 아짐이 도와주시려는데 비틀거리시는 품새가 기운이 작년만 못하신 것 같아 그냥 앉아서 한쪽 끝 비닐만 밟고 계시라고 하고 혼자 비닐멀칭을 마쳤다.
오후엔 동쪽농막 아재가 오이모종이 왔으니 가져다 심으란다.
연구소에서 얻어온 모종인데 지난해 심어보니 열매도 잘 달리고 맛도 좋았었다.
지금 심으면 죽을지 모른다며 당신이 만든 물통 펜트하우스까지 주신다.
모종을 심고 대형물통을 씌워놓으면 싹들에게 초호화 펜트하우스가 된다.
이런 나의 아저씨들 아니면 농사를 지을 수 없다.
농사는 협업의 시너지를 배우는 첩경이다.
왜 농자천하지 대본이라 하는지 알 것 같다.
모든이가 이런 협업의 시너지를 배웠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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