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봄무들기 농장

잔소리까지말고 먹으라면 먹어

by 굼벵이(조용욱) 2023. 4. 20.
728x90
"경신아빠 집에 있어?"
신새벽부터 멘토아짐이 문을 두드린다.
문을 열고 내다보니 어린애만한 인삼 세 뿌리를 들고 계시다.
몸통도 잔가지도 예사롭지 않다.
이건 생활보호대상 할머니가 쉽게 살 수 있는 인삼이 아니다.
"이거 술 담가 먹어!"
"저 인삼주 있어요.
지난번에 경신이가 큰 거 한 병 사다놨어요. 아줌마나 잡수세요."
"잔소리까지 말고 먹으라면 먹어!"
하시고는 뒤도 안 돌아 보고 가신다.
'에구, 이를 어째.
내가 도대체 누구를 등쳐먹고 사는 거야.'
어제 신협에서 주최하는 놀이에 다녀 오시면서 날 위해 큰 맘 먹고 사오신 거다.
그러지 마시라고 아무리 일러도 '잔소리까지 말라'는 말 밖에 못 듣는다.
요즘은 요양보호사가 아침밥을 해드리는데 얼마전 아침을 같이 먹자는 걸 완강히 거부했더니 아예 소고기 미역국을 냄비에 담아오셨었다.
자유를 찾아 떠난 여행을 사랑이 자꾸만 구속한다.
"에구...이를 어째?"
 
모든 공감:
회원님, 신창수, 오치윤  외 118명
 

'봄무들기 농장'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반일리치의 죽음과 삼촌의 죽음  (0) 2023.04.20
사랑은 미친짓이라고?  (0) 2023.04.20
나의 아저씨  (0) 2023.04.20
무항산 무항심이니 곡간부터 채워라  (0) 2023.04.20
슬기로운 농촌생활  (0) 2023.0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