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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무들기 농장

슬기로운 농촌생활

by 굼벵이(조용욱) 2023. 4.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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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에선 예령과 동령이 늘 함께한다.
동령, 즉 어떤 행위의 이행명령이 떨어지기 전에 먼저 예령을 내려 사전에 대비하고 준비하게 하는 것이다.
시골 노인네들 특히 나의 멘토는 예령이 없다.
귀청이 떠나가게 쇳소리를 내며 즉석에서 이행명령을 내리기 일쑤다.
삼일 전에는 새벽같이 밭 갈아엎고 비닐멀칭 보조를 지시하더니 어제는 밭고랑 평탄작업 후 제초제를 뿌리란다.
매사 그런 식이어서 신경이 곤두서고 가끔은 부아가 끓어오르지만 난 맷집이 강한 놈이어서 불평 한마디 내비치지 않고 즉시 이행에 들어갔다.
이십년 넘게 노사관계를 전담하며 얻은 삶의 지혜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그 작업한다고 밭 고랑을 이십리는 족히 넘게 걸은 듯하다.
동네 한가운데 있는 밭이라 이사람 저사람 입방아에 오르니 제대로 관리하기 위해 내린 조치다.
'나 이러다 골병 드는 거 아녀...?'
시골 밭일은 노인에게 최적화 되어있다.
피래미처럼 성질급하게 일하다간 골병들기 십상이다.
그냥 거북이나 굼벵이 처럼 느릿느릿 천천히 하면 병약한 늙은이도 무리없이 해낼 수 있다.
더 빨리 더 먼저 가려 애쓰다 골병들어 내려다보면 바로 턱밑에 정 반대의 길을 간 행복한 얼굴의 꼴찌가 보인다.
툰드라 레밍 들쥐떼처럼 '타인의 욕망을 욕망'하며 집단 질주하다 절벽에 떨어져 죽지 말고 정 반대의 생각으로 다른 행복을 찾을 일이다.
내일은 귀농귀촌 교육을 처음 시작하는 날이다.
'슬기로운 농촌 생활'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아 기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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