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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5

20051223 이제는 말할 수 있다.

by 굼벵이(조용욱) 2023. 8.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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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2.23(금)

노동조합에 다녀왔다.

다음주 화요일에 있을 노사협의회 안건을 협의하기 위해서다.

P이는 역시 생각대로 제한된 정치적 울타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는 자신의 의견을 관철시키기 위해 한 치의 양보도 없었다.

나는 치밀어 오르는 불편감을 감추기 위하여 많은 노력을 해야 했다.

한 시간이 넘도록 P국장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협의라기보다는 짜증 섞인 그의 설득을 들어주는 척해야 했다는 표현이 더욱 적합하다.

그는 8직급을 대상으로 6직급으로 전환하는 시험을 실시해 줄 것을 계속 요구하고 있다.

7직급 직원의 6직급 계열전환도 지금보다 2.5배 이상 많은 수를 선발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정도 경영에서 많이 벗어나는 정치적 요구다.

내가 감정을 가라앉혀 그렇게 하면 회사경영에 많은 어려움이 있다는 식으로 에둘러 이야기를 하면 그는 엉뚱한 논리로 반박한다.

경영이란 어떤 결과가 금방 구체적인 수치로 나타날  수 없고 입증이 곤란하다는 점을 교묘하게 이용하는 듯하다.

그는 합리성의 탈을 쓰고 있지만 지극히 비합리적이고 정치적 사기성이 뼛속 깊이 박힌 사람이다.

그는 그 좋은 머리를 아깝게도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사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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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OO실 K과장과 J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OO실장 K의 지시로 J를 위해 OOOO부장 직위를 전문직 대상 직위로 설정하겠다는 것이다.

惡手 중의 악수를 두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전에 KMH부장에게 설명하기 위해 작성했던 자료를 K과장에게 내어놓고 문제점을 하나하나 적시하면서 내용을 설명해 주었다.

K과장은 이해를 하고 돌아간 듯싶었다.

하지만 곧바로 J부장이 내게 전화를 해 내가 직접 K실장에게 와서 설명하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한다.

그건 정말 내키지 않는 발상이다.

전화를 통해 J부장에게 이런저런 설명을 해 주었더니 J부장이 K실장에게 가서 이야기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더욱 심한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말았다.

결국 나에 대한 나쁜 이미지만 잔뜩 심어놓고 만 것이다.

K실장은 J부장 앞에서 나에 대하여 입에 담을 수 없는 수준의 심한 욕설을 지껄여 댔다고 한다.

그가 OO처 근무시절에 S부장이나 P를 전문원 시키려다 실패한 M처장의 History를 너무도 정확히 알고 있다.

그래서 더더욱 그런지 모른다.

예전에 M가 나를 욕하듯이 지금의 J 때문에 나를 비난하고 있는 것이다.

자기가 무슨 전문원이냐, 노무사가 있는 노무분야가 오히려 전문분야지,

인사제도 분야가 무슨 전문분야냐 따위의 비아냥거리는 말투로 이야기한 듯하다.

그런 나의 제언에도 불구하고 K처장은 공문을 발송하여 J가 담당하고 있는 분야를 전문직으로 만들라고 강하게 지시한 모양이다.

나는 너무 가슴이 아팠다.

스스로 전문가임을 주장하며 남의 영역을 넘나드는 행위는 그리 바람직스럽지 못하다.

어느 직무든 전문성이 없는 직무는 없다.

상대적 중요성과 전문성의 깊이가 다르기 때문에 전문직을 운영하는 것이다.

그러나 K이와 M는 그런 면에서 너무 닮은꼴이다.

M밑에서 근무하면서 아마도 자신도 모르게 그런 습성을 모델링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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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마침 처장이 과장들 승진추천 서열부여와 관련하여 나를 불렀다.

처장은 한참동안을 괴로워했다.

LJ이를 주자니 SK이가 마음에 걸린다는 것이다.

SK이는 초 강수를 두면서 자신이 이번에 2번을 받지 못하면 인사처를 뜨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초 강수를 두었는데 그것은 말 그대로 협박이다.

처장은 option을 주어서 둘 중 하나를 선택하게 할 생각인 것 같다.

SK이에게 이번에 2번으로 출전하는 대신 내년에 LJ에게 1번을 양보할 것인가 아니면 이번에 LJ이에게 2번을 주고 내년에 1번을 취할 것인가를 물을 작정인 것 같다.

나는 option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각자에게 물어보고 서로 방향이 같으면 함께 불러서 서로 기분 좋게 이를 받아들임을 확인하게 하되 그 시기는 사업소장 추천하는 바로 그날 마지막 순간에 이루어져야 함을 제언하였다.

왜냐하면 어떻게 하든 마음을 다친 사람은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할 것이니 그 아픔의 순간을 가장 적게 만들자는 생각이다.

나름대로 내가 내린 결론에 흡족하신지 그렇게 하기로 하면서 기분이 괜찮아 보이셨다.

나는 곧바로 처장에게 내 고민도 좀 들어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는 OO실 JE와 관련하여 K실장에게 처절하게 당하고 있는 현재의 상황을 이야기했다.

처장은 나를 위로하며 그래도 널 좋아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는 말과 함께 HK OO실장과 PJ OO실장을 들었다.

그러면서 자신도 나를 좋아하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권력의 중심부에서 핵심적인 정책을 담당한다는 것은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다.

모든 사람의 어려움을 해결해 줄 수없는 만큼 시기와 질투를 많이 받고 상대적으로 미움을 받게 된다.

처장은 집에 아무도 없으니 식사를 하고 가겠다고 했다.

내가 스스럼없었던지 총무팀장 대신 내게 같이 밥먹고 가자는 말을 던진거다.

KC부장에게 함께 가자고 했더니 그러마고 했다.

P는 초대받지 않았음에도 OO팀장이라는 직함으로 임의 동석하여 함께 저녁을 했다.

처장과 P는 차를 가져왔다고 해 소주 두병을 시켜 K부장과 내가 거의 다 마셨다.

처장을 보내고 우리 집 앞 레스토랑에서 생맥주나 한잔 더하고 가자고 제안을 했다.

K부장도 L과장 일이 걱정되어 상의해 보고 싶은 마음에 내 제안을 받아들였다.

K부장은 어찌 보면 나보다 더 순수하다.

아니 어리석기 그지 없는 친구다.

이번 추천에서 다른 팀 LS이를 1번 주고 제 팀 LJ를 2번 주었다는 것이다.

KH는 제팀 SK이에게 손을 들어준 게 당연하니 결국 LJ이가 SK에게 순위에서 밀리고 만 것이다.

KC 부장이 몹시 힘들어하는 모습이다.

그는 자신이 제 휘하의 LJ이에게 1번 주지 않은 것에 대하여 일체 말하지 말아달라는 부탁도 곁들였다.

LJ이가 안되게 하기 위해서 그렇게 한 게 아니고 자신이 처장이라면 그렇게 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투표에 임했기 때문이다.

사람은 누구나 각자의 역할에 따라 역할연기가 다르다.

팀장은 팀장의 입장에서 역할연기를 해야 한다.

그리고 이 게임은 나 혼자의 게임이 아니고 상대방이 있는 게임이다.

공연히 팀장이면서 처장의 생각을 읽고 그에 따라 행동하면 부장의 의견을 물은 처장의 생각과도 배치되는 것이고 따라서 이와 같은 낭패를 보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어리석은 친구를 믿었던 나도 결국 10년 후 그 밑에서 그의 어리석음에 당해 1년동안 와신상담하는 아픔을 겪어야만 했다. 못난 눔)

팀장추천에 관한 내 추측은 대략 이렇다.

구 분 PY KK CY KC KH KT
LS 1 3 1 1 1 2 9(1위)
SK 3 1 3 3 2 1 13(2위)
LJ 2 2 2 2 3 3 14(3위)

 

처장은 P와 KK간 갈등관계도 잘 알고 있었다.

KK이가 순위를 먹인 것에 대하여 몹시 의아해 하며 역시 호남사람들은 결정적인 순간에 자신들의 지역정서를 내세운다는 결론을 이끌어내었다.

KK부장은 그동안 LS이가 잘못하고 있는 부분에 대하여 많이 실망했고 따라서 자신의 관점에서 객관적 평가를 했는데 SK이를 1번 준 것은 아무래도 지역정서가 작용한 것 같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