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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5

20051220 과외선생님에게 자문을 구해보다.

by 굼벵이(조용욱) 2023. 8.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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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 조용욱(wooks@kepco.co.kr)

To : OO(XXXXXXX)

Sent : Tuesday, Dec 20, 2005 01:49 PM

Subject : Re: ^--------^*

K샘!

샘 보다는 딸 같은 감정이 앞서네요.

우리 집에 딸 하나 있다면 정말 빛과 소금 역할을 했을텐데 ...하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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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집사람과 심한 말다툼을 하고 나왔어요.

엊그제 일요일에 아이들을 데리고 메가스터디 학원에 가서 등록을 시키고 왔거든요.

호신이는 월수금에 6:00~10:00까지 하는 국영수 종합반이 있어서 68만원(10주 완성)을 주고 등록을 마쳤고 경신이는 일주일에 3시간 하는 단과반 국, 영, 수 세과목을 등록했는데 과목별로 선생님마다 금액이 다르더군요.

경신이에게 학과목과 선생님 선택권을 주었는데 아빠가 돈이 없으니 3과목 정도만 했으면 좋겠다고 했더니 그냥 국영수만 하겠다고 하더군요.

사실 그 녀석들 공부하는 품새로 보아 3과목도 제대로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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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집사람과 싸운 가장 큰 이유는 집사람이 나의 결정에 대하여 심한 불만을 가지고 있고 그 불만을 아이들에게 이야기 하고 있다는 것이지요.

집사람은 아이들이 집에서 공부를 안 하니 하루 온종일 붙잡아 놓고 가르치는 학원에라도 보내고 싶었던 겁니다.

그 마음을 내가 모르는 것도 아니고요.

그러나 나는 철저하게 본인이 공부할 의사가 없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주장이고 그래서 공부습관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생각이 무엇보다도 강합니다.

거기다가 그런 종류의 학원은 지나치게 많은 학원비를 요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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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이유로 집사람은 나의 결정에 계속 부정적인 태도였고 그러한 태도는 아이들 앞에서도 계속 부정적인 발언이 이루어져 아이들마저 나의 결정에 부정적인 자세로 나오기에 나의 분노가 폭발해서 아침 출근길에 한바탕 소란을 피웠습니다.

적은 돈도 아니고 130만원이나 지불하고 학원에 등록시켰는데 돈 아까운줄 모르고 툴툴거리는 모습이 나의 강한 분노를 자극한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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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샘 같이 척척 알아서 해주는 아이들이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모두 내 잘못이다 싶어 요즘 반성하며 아이들에게 모범적인 학습방법을 몸소 보여주겠다고 우면산 독서실에 함께 가서 책을 읽기도 했습니다.

그런 나의 노력들은 뒤로하고 집사람이나 이에 전염된 아이들의 모습이 너무 나를 아프게 하고 있습니다.

아침 출근길에 교대 교정에서 욕설을 배앝아 허공에 묻었는데도 머리 속이 가라앉지 않아 회사에서 선배를 찾아가 상담을 나누었습니다.

그녀는 나와 똑같은 학년의 아이들을 가진 OOOO팀장인데 자신의 육아법도 나와 비슷하지 집사람과 같지는 않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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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이야기를 K샘한테 하는 것은 보다 객관적인 입장에서 판단이 가능하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맏딸 같은 입장에서 아이와 엄마와 아버지의 생각을 공통적으로 읽을 수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조금 유치한 감이 없지 않으나 사람은 늘 나이와 상관없이 가장 잘 알 수 있는 사람에게 조언을 구하는 것이 가장 올바른 태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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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이들이 학원에 가지 않는 시간은 독서실에 보낼 생각입니다.

그래서 혼자 스스로 공부하는 습관을 들이도록 할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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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 잘 보내시고 개강하면 그 때 또 뵙도록 하지요.

빠른 시간 내에 조언을 부탁합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도 가끔 메일을 보내주어 계속 격려해 주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