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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지혜를 찾아서/인문학 산책

도둑맞은 자전거(우밍이)

by 굼벵이(조용욱) 2024. 2.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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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밍이는 대만의 국민작가란다.
명성에 걸맞게 글을 참 잘 쓴다.
자전거를 매체로 일본의 침략전쟁이 가져온 참화를 그렸다.
들판의 참새를 쫓던 어린아이들 중 한 아이가 들판에서 잠이 들었는데 깨어보니 적막강산이고 아무리 둘러보아도 친구들이 없다.
모두들 포격으로 죽었고 함께 포탄에 맞아 죽은 순사의 자전거를 타고 돌아온 어린 아이 곁을 지키던 자전거를 시발로 해서 엄청 긴 소설의 마지막까지 도둑맞은 자전거의 행방과 함께 전쟁의 참화를 그려낸다.
자전거는 당시 가장 귀한 집안의 가보였다.
지금의 자동차보다 더하면 더하지 덜하진 않았을 것이다.
따라서 도난이 수없이 이루어지는데 아이의 건강을 돌보느라 잠시 한눈을 판 사이(가족애) 자전거가 도난 당하기도 하고 팔려가는 아이를 되찾기 위한 필사적인 집념(모정) 때문에 도난당하기도 하면서 같은 자전거가 돌고 돈다.
도둑맞은 자전거가 돌고 도는 가운데 가족간, 연인간 사랑 이야기,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전쟁의 아픔, 자연과 동물에 대한 사랑이야기들이 소설 속에 다양한 색깔로 채색되어져 있다. 
번역은 제2의 창작인데 번역도 원작을 넘어서는 수작이다.
 
그가 그린 몇가지 이야기들을 가져와 보자.
 
코끼리의 귀 뒷쪽은 비단처럼 부드러웠고 주름진 피부는 겹겹이 신비한 비밀을 감추고 있는 듯 했다.
(이 글을 읽고 기회가 되면 코끼리 귀를 좀더 세밀하게 관찰하기로 했다. 사람도 이마의 주름살에 켜켜이 신비한 비밀을 지니고 있다)
그 순간 열 살 스즈코는 자신이 일생 동안 믿게될 이치를 깨달았다.
모든 동물에게는 자기만의 우아하고 특별한 본질이 있다는 사실이다.
생명이 수천수백가지의 형태를 가지고 이 세상에서 자연스럽고 신비롭게 살아가고 있었다.
생명은 연기 같은 것이 아니었다.
생명은 무늬와 자태를 가지고 있었다.
이치로(코끼리1)는 잇몸을 덮은 붉은 털과 나날이 부풀어 오르는 울음 주머니, 마양(코끼리2)의 따뜻한 이마와 부드러운 코, 아중(코끼리3)의 위엄 있는 갈기와 건강한 근육이 엄연히 존재하고 있었다.
 
코끼리의 일생은 온갖 시련을 참아 내야 하는 한바탕 꿈이라고.
 
(나도 너도 모두 각각의 무늬와 자태를 지니고 있는데 사람들은 왜 다른 사람에게 있는 그대로의 색깔과 자태를 인정하려 하지 않을까...)
 
"어떻게 운석이 여기있어요?"
"사람은 다 죽는 거 알지?"
"네."
"사람이 죽을 때는 물건을 버려."
"죽는 사람이 안 버리고 가면 가족이 버리지."
"이게 죽은 사람의 소장품이었어요?"
"그가 고개를 끄떡였다."
 
내생각
(그렇다.
인생도 코끼리 생과 다를바 없다.
모든 살아있는 것들은 온갖 시련을 참아내야 하는 한바탕 꿈과 같은 삶을 살고 간다.
그러니 죽을 때 버리지 말고 죽기 전에 미리 미리 버리자.
탐욕도, 분노도, 어리석음도...모두 미리미리 버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