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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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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추운 겨울날 短想 하나.
시골 아이들에게 겨울은 겨울대로 정감 가득한 계절이다.
그땐 추운 줄도 모르고 들로 산으로 쏘다녔다.
망울놀이 한다고 잠바엔 온통 구멍이 송송나고 동네간 특별한 원한도 없으면서 왜 그리 패싸움이 잦았는지.
연싸움하다 끊어진 연을 찾으러 정신없이 논밭을 내달리기도 했다.
난 연을 만들다가 손가락을 베어 하마터면 군대도 못 갈 뻔했다.
대나무 옹이 매듭을 쪼개다가 낫칼이 그대로 미끄러져 방아쇠 당기는 오른손 검지 절반을 잘랐는데 보기는 조금 흉해도 다행히 잘 아물어 사용에 지장이 없다.
아침나절 집을 나서 수확이 끝난 배추밭에서 토끼치기 놀이 하다 먹음직한 배추뿌리를 발견하면 캐서 주머니칼로 깎아먹었는데 매캐하지만 고소하고 달착지근해 참 맛나게 먹었었다.
그 때 멋진 주머니칼 하나 있으면 최고의 자랑거리였다.
요즘은 빅토리녹스 스위스칼을 호주머니에 넣고다니며 고구마나 무를 깎아먹는데 옛날 맛은 아니지만 그래도 아직 그시절 향기가 아스라히 묻어난다.
그러고 보면 향수가 참 무서운 거다.
친구들과 아침부터 온종일 놀다 배가 고파 집에 들어오면 밥그릇에 밥을 퍼 총각김치 하나 올려 게눈 감추듯 한그릇 뚝딱 해치웠었다.
난 그 때 먹었던 그 총각김치가 어찌나 맛있었던지 그 맛을 잊지못해 지난 가을에 총각무를 꽤 많이 심어 이집저집 나누고 집사람에게도 총각김치를 많이 담가달라고 주문했었다.
지난 주말 서울 갔다 오는 길에 마눌표 총각김치를 가져다 먹었다.
그런데 어인일인지 그 맛이 옛날 어린시절 엄마표 총각김치보다 훨씬 더 맛났다.
완전 밥도둑이다.
오죽하면 생전 전화 안 하던 내가 밥먹다 말고 전화 해 총각김치 얼마나 담갔는지 물었을까!
개나 고양이가 길들여지듯 사람도 이렇게 길들여지는 거다.
어머니 김치보다 마눌 김치 얻어먹은 기간이 더 길어 그런가 보다.
물론 마눌이 이 글 보고 있다는 거 안다.
하지만 이거 아부 아니다.
진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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