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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무들기 농장

한겨울에 먹는 토끼탕

by 굼벵이(조용욱) 2024. 4.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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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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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겨울 단상 두 번 째 이야기.
오랜만에 테니스 동호회에서 토끼탕을 먹었다.
지금은 꼰대소리 듣는 우리가 10대이던 시절 겨울은 춥고 배고팠지만 나름 재미와 즐거움이 있었다.
우리동네엔 해발 100미터도 안 되는 작은 산이 하나 있다.
이름하여 삼정대산.
끝없는 지평선이 펼쳐지는 평택평야 서쪽 끝자락에 위치한 아주 작은 산인데 평평한 연못을 뜻하는 평택 지방에선 가장 높은 산 중 하나다.
나는 현재 그 산의 아랫녘에 살고있다.
지금은 들개나 들고양이 등살에 살 수 없지만 그땐 그 산에 토끼도 많았었다.
올무를 놓아 토끼를 잡고 '덮치기'를 설치해 꿩, 비들기, 참새 따위를 잡아 겨울철 보양식을 삼았다.
전라도 산골에 살다 우리마을에 정착한 형님 또래 분이 계셨는데 그 분이 무지몽매한 우리들을 일깨운 선지자였다.
눈이 많이 내리면 식량을 구하러 산 속 동물들이 인가 근처로 내려오는데 그들의 궁박한 사정을 악용해 '올무'나 '덮치기'로 속임수를 써서 궁극엔 생명까지 거둔 거다.
그 땐 그걸 당연시 했었고 누구하나 이를 시비하는 사람도 없었고 죄스럽기 보다는 오히려 자랑스럽기까지 했었다.
요즘 동물 애호론자들이 들으면 천인공노할 일이지만 어쨌거나 그땐 그랬다.
하지만 내가 은퇴해 경험해보니 바깥세상은 그 때나 지금이나 다를바 없다.
아니 법까지 이용하며 오히려 더 지능적이고 잔인해졌다.
그 땐 야생동물들을 상대로 했지만 요즘은 애완동물들을 상전으로 모신 채 사람들을 상대로 그런 행각을 벌인다.
그 땐 사람들 사이에 정도 깊었고 친인척은 한 식구나 다름없이 서로 보듬고 나누며 지냈었는데 지금은 정반대가 되었다.
자본주의나 핵가족, 개인주의를 탓할 수도 있겠지만 인간보다 악랄하고 이기적인 종은 없다는 리차드 도킨스의 견해가 더욱 설득력이 있다.
그나저나 이런 인간조차 굽어 살피며 사랑이 넘치게 한다는 하나님이 계시긴 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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