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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9

20090924 노조 기획처 맹원들과 회식

by 굼벵이(조용욱) 2024. 8.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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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924()

어제는 단체협약 갱신을 위한 노사 실무위원회가 있었다.

노조는 단협회의나 노사협의회를 할 때면 언제나 터무니없는 요구사항들을 먼저 늘어놓고 생떼를 쓰는 일부터 시작한다.

그런 관행도 이젠 없어져야 하는데 아직도 이어가고 있다.

그렇게 허풍을 쳐야만 사용자 측으로부터 무언가 실속을 챙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그런 시대는 이미 지났다.

오히려 서로의 감정만 상하게 하는 바보같은 짓이다.

그런 지저분한 치킨게임에 질렸지만 내 안의 모든 감정을 억제하고 태연한 척 양의 탈을 쓴 채 협상 자리에 나갔다.

노조는 실무위원회에 내로라하는 팀장들을 죄다 불러모아놓고는 국장들이 저마다 신바람이 나서 조져대기 시작한다. 

그런 생활에 익숙해지다 보면 나중에는 그게 곧 생활로 바뀌고 결국은 정상적인 사회생활에 치명적인 약점으로 작용하게 된다.

노조는 그런 가면놀이를 참 잘한다.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거짓인지 잘 모를 때가 너무 많다.

자신들도 모를지도 모른다.

하기야 그런 면에서는 나도 마찬가지다.

마음 속에 뒤집힐 정도의 불편한 감정이 있지만 늘 깊이 감춘 채 극히 편안한 것처럼 포장한다.

그런 나를 보면서 노조도 아마 마칠지경일 거다.

바늘로 찔러도 피 한방울 안 나올 정도고 맷집은 때리는 놈이 때리다 죽을 만큼 세다고 생각할 것이다.

회의는 결국 우리 팀에서 정리한 세 건 이외에 다른 부서 안건은 아무런 진전 없이 끝났다.

1016일에 단체교섭 회의를 한다고 하는데 더 이상 들어줄 것도 없는 상황에서 또 무슨 생떼를 쓸지 모르겠다.

 

어제 아침 팀장 회의 끝에 박흥근 처장이 신기수 국장과 함께 들어와 그들의 현안 사항에 대해 부탁했다.

우선 직군 통합과 관련된 이야기가 있었다.

자칫하다가는 직군통합에 반대하는 송변전 직군 조합원들이 복수노조로 튀거나 현 집행부에 대한 신임투표까지 진행될 우려가 있으니 꼭 막아달라는 것이다.

그런 내용을 종합 정리해서 처장님과 본부장님께 보고를 드렸다.

본부장님께는 사장님께 꼭 말씀드려달라는 이야기도 잊지 않았다.

 

저녁에는 노조 기획처 식구들과 인사처 팀장들이 함께 오시리또오시리한식집에서 저녁식사를 함께 했다.

웃고 즐기면서 분위기가 좋았다.

노조 박흥근 처장에게 왜 나만 미워하느냐고 진담을 농담조로 따져물었다.

그는 웃으면서 부인했다.

그러는 중에 나에 대한 혐오 증상도 조금씩 누그러지는 변화가 생길 것으로 기대한다.

나는 그에게 사주관상에 관한 이야기를 했다.

양미간에 검은 색이 드러나면 저승사자가 나타날 징조라고 말해 주었다.

그러니 거길 항상 조심하라고 했다.

그는 자신의 이마 중앙에 붉은 반점이 있는데 그건 몇 년 전부터 그래왔고 피부병인 것 같다고 했다.

성질 내 봐야 고스란히 자기 손해니 가급적 성질 내지 말고 재미있게 살라고 했다.

내 말에 어느 정도 공감하는지 모르겠지만 그는 내 말을 꼭 귀담아 듣고 실천하며 살아야 한다.

배양순 국장에게는 나비와 뻐꾸기 이야기를 해 주었다.

그녀가 무척 좋아한다.

신기수 국장이 박흥근 몰래 폰으로 메시지를 보냈는데 맥주 한 잔 더 하잔다.

근처 맥주집에서 소주 탄 맥주를 아마도 넉 잔은 더 마신 것 같다.

우리 차장들 모두에게도 메시지를 보냈는데 이명환 차장이 마침 사무실에 있다가 그에게 걸려들어 끌려왔다.

이흥렬 국장이 다른 약속으로 먼저 일어섰고 그 자리에 이명환 차장이 들어서 신기수로부터 소맥을 받아 마셨다.

집으로 향하는 택시에서 잠시 잠을 잤던 것 같다.

깨어나 이명환 차장에게 택시비로 4만원을 주었다.

아주 많이 마신 술인데 그래도 독주가 아니어서 몸은 괜찮은 것 같다.

그게 아니라면 술 마시기 전 여명을 한 병 마셔서 그런 것 이닐까 싶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