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923(수)
속상한 하루를 보냈다.
우선 나 자신에게 실망이 크다.
참는 김에 조금 더 참아내지 의미 없는 감정표출로 나를 더욱 초라하게 만들었다.
아무래도 내가 노망이 난 모양이다.
모처럼 시간이 나서 인력개발팀에 갔다가 김남수 위원장과 대화를 나누다가 노지점장님과 막걸리나 한 잔 하자고 했더니 좋다고 해 대치역 생막걸리집 ‘한우물’에서 막걸리 판을 벌였다.
우리끼리 즐겁게 이야기 나누며 주거니 받거니 할 때 까지는 좋았다.
우리가 막 일어설 무렵에 PK가 나타난 거다.
6촌 동생인가 누군가를 데리고 왔는데 서로의 단골이다보니 막걸리집에서 우연찮게 마주친 거다.
그가 나를 보더니 또 내 심기를 건드리며 긁어대기 시작했다.
나도 어떻게 해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기억이 안나지만 어쨌거나 내 귀에 거슬리는 말이 들렸다.
얼핏 ‘조용욱이가 승진을 하더니 사람이 변했다’는 식의 이야기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런 그를 지난번에는 잘 참아내었었는데 이번엔 평소답지 않게 폭발을 하고 말았다.
“내가 승진하는데 형님이 무슨 도움을 주었는데요?” 하면서 독하게 대들었다.
그 말을 들은 PK가 내 멱살을 잡으면서 고래고래 욕을 해 댔다.
술이 좀 과했는지 문제의 원인은 구체적으로 생각나지 않는다.
노지점장과 김남수가 말리면서 함께 택시를 타고 선릉 역 앞 생맥주집으로 나를 데려갔다.
거기서 생맥주 한 잔을 더하고 헤어졌다.
그럴수도 있겠다 싶지만 그런 하찮은 일에 분노하고 싸움질 하는 것은 하수나 하는 짓이다.
PK의 독설은 우리 회사 내에 모르는 사람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내 감정을 컨트롤하지 못했다.
PK에게 보낸 편지
선배님 죄송합니다.
그동안 날 위해 많은 도움을 주셨고 나를 아끼는 후배라고 생각해 왔었는데 코앞에서 독하게 대드는 제 모습을 보고 실망이 크셨으리라 생각됩니다.
아니 배신감마저 들으셨을 겁니다.
저도 어쩌다가 그렇게 됐는지 사실 기억이 가물가물 합니다.
선배님 말씀 맞다나 막걸리 몇 잔에 맛이 간 모양입니다.
아마도 지난번에 선배님한테 받았던 마음의 상처가 너무 컸었던 것 아닌가 싶습니다.
내가 만든 것은 아니지만 TDR 리더로서 초간고시 제도개선을 주도했고 그 개선 내용이 선배님 마음에 안 들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제 개인에 대한 자존심을 심하게 건드리셨던 내용이 제 마음 속에 꽁하게 자리 잡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어떤 이유로든 어제의 제 행동은 용서받을 수 없을 만큼 지나치게 경솔했었습니다.
선배님의 용서를 기다릴 뿐입니다.
조용욱 올림
감수성의 6가지 특성
1. 호기심과 용기
2. 겸손과 희망
3. 이해와 인정
4. 섬세함과 새로움
5. 관대함과 생산성
6. 공감과 책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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