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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9

20090921 열정은 어디서 오나

by 굼벵이(조용욱) 2024. 8.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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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921()

지난 금요일엔 현암을 만났다.

너무 오랜 기간 동안 얼굴을 보지 못했으므로 노파심에 혹 그가 나를 괘씸하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싶어 전화를 해 토요일에 낚시나 같이 가자고 제안했더니 좋아하신다.

말이 나온 김에 저녁에 특별한 일 없으면 소주나 한 잔 하자고 하니 더 좋아하신다.

어디를 갈까 고민하다가 지난번 만났던 교대 앞 생선 구이집 화덕을 생각해 내었다.

퇴근 후에 만나 소주잔을 기울이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테니스 회원끼리 모이면 테니스 이야기 하듯 낚시꾼이 모이면 늘 물고기 잡는 이야기나 낚시꾼들의 동향에 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하지만 우리는 늘 대화에 신중을 기하는 편이다.

나는 사람에 관한 뒷담화는 늘 분쟁을 만들어왔다는 것을 잘 알기에 가급적 낚시꾼 이야기는 피한다.

인생살이에 도움이 될만한 것들 중심으로 비교적 건전하게 이야기를 나눈다.

둘이서 소주를 네 병이나 마셨다.

현암은 어디 가서 맥주 한 잔 더하느니 그자리에서 소주 한 잔 더하고 끝내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하시기 때문이다.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잘 기억이 나질 않지만 아마도 '생각의 지도'를 이용해 동서양의 문화 차이 이야기를 하지 않았나 싶다.

현암은 늘 내 말을 인정해 주고 잘 들어주는 편이다.

그는 조직생활을 오래 했기에 나르시시즘을 잘 이해하는 것 같다.

우리는 다음날의 조행을 새벽 4시에 출발하기로 하였으므로 일찍 들어가자고 해 더 이상 술을 마시지 않기로 했다.

집사람은 다음 날 낚시 가서 먹을 음식을 준비해 놓았다.

돼지고기와 떡 쪽, 어묵 그리고 각종 양념거리를 준비해 주었다.

참 고마운 사람이다.

다음날 새벽 340분쯤 잠에서 깨었다.

전날의 과음으로 곤한 잠에 떨어졌고 덕분에 깊은 잠을 너 댓 시간은 족히 잔 것 같다.

주섬주섬 채비를 챙겨 차에 싣고 현암 댁에 도착한 시간이 네 시 10분 쯤 된 것 같다.

그를 픽업해 광미 낚시에 들러 덕이와 묵이를 준비하고 여우섬으로 달렸다.

여우섬에 도착하니 새벽 여섯시 조금 넘었다.

우선 수장대부터 박아야 한다고 현암 선배가 수장대로 강물에 우리들만의 영역을 표시했다.

마치 늑대가 곳곳에 오줌을 싸 자신의 영역을 표시하듯 견지인은 수장대로 그렇게 야생의 룰을 적용한다.

아침나절부터 물고기가 심심치 않게 나와 주었다.

녀석들 예전과 달리 썰망 바로  앞에 나타나 식탐에 여념이 없다.

현암은 인간 수장대가 되어 낚시대를 가슴에 꽂은 채 놈들이 물어주기를 기다린다.

守株待兎하듯 가슴에 가만히 꽂아놓은 견짓대에 물고기가 정말 잘 붙었다.

그만큼 녀석들이 작은 동작에 예민하다는 이야기다.

나는 챔 질을 조금 늦추었다.

녀석들은 조심스럽게 입질을 했다.

우리가 잡은 물고기의 대부분은 입 안에 바늘이 꽂힌 것이 아니고 입 위의 콧잔등에 바늘이 꽂힌 것으로 보아 미끼를 덥썩 물지 않고 입질이 예민하고 까다롭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침 9시 넘어서니 영 입질이 없다.

아무래도 녀석들이 아침식사를 모두 마친 모양이다.

시간에 따라 물고기 떼의 움직임이 다른 모양이다.

점심을 먹고 잠시 잠을 자려는데 물에 들어가 있던 현암이 물고기가 나타났다는 신호를 보내왔다.

결국 녀석들은 내가 눈을 붙이지 못하게 했다.

녀석들이 저녁 다섯 시가 넘도록 쉼 없이 물어준다.

그 중 절반 이상은 올라오다가 떨어졌다.

하나는 수초를 감아 떨리고 다른 녀석은 설장을 타다가 떨어지기도 했다.

암튼 근래 드물게 물고기가 계속 물어주어 신나는 날이었다.

씨알도 굵어서 제일 큰 놈은 67센티미터나 나갔다.

60센티를 넘는 대 멍을 세 마리나 잡았다.

잡은 물고기가 도합 11마리다.

둘이서 각각 다섯 마리 이상 잡은 셈이다.

비록 끌어올리는 도중 떨어지기는 했지만 그놈들을 모두 잡았다면 나는 오늘 열 마리가 넘게 잡았을 것이다.

손맛을 진하게 본 하루다.

올라오는 길에 최미자 소머리국밥집에서 국밥을 먹었다.

전에 한번 먹어보니 괜찮아서 꼭 한 번 더 가보고 싶었던 집이다.

현암도 좋아한다.

현암이 밥값을 내었다.

오늘은 덕이 값이며 밥값을 현암이 냈다.

현암을 댁 앞에 모셔다 드리고 집에 들어오니 9시가 넘었다.

너무 피곤해 대충 정리하고 곧바로 골아 떨어졌다.

다음날은 테니스를 치러 갔다.

지금까지 아침 6시 반에 모였었는데 오늘은 그 시간에 사람이 없다.

허총무에게 전화를 거니 7시부터 모이는 것으로 바뀌었단다.

테니스를 네 게임 했는데 오늘은 어제와는 반대로 네 게임을 모두 졌다.

점심으로 막걸리가 시작되었는데 정하황 처장이 바람을 잡는 바람에 술이 좀 과했다.

결국 식사 후에도 정처장과 한 조가 되어 진영상 조와 한 게임을 더해 우리가 이겼다.

정처장이 경기 도중 자꾸만 공을 포기하려 해 그를 끝까지 격려해 가면서  나의 승부근성을 드러내 결국 우리가 이기도록 했다.

이기고자 하면 이긴다.

이기고자 하는 마음이 사라지는 순간 그 게임은 진다.

어떤 게임이든 게임에 임할 땐 강한 승부근성으로 정신무장해야 한다.

지고는 못산다는 강한 승부근성이 열정을 만든다.

열정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 몸으로 체득한 승부근성이다.

공부든 일이든 강한 승부근성을 가지고 살아왔던 사람은 매사 남다른 열정을 지니고 있다.

열정은 훈련을 통해 배양이 가능하지만 그것도 30세 이전에나 가능하지 30이 넘어가면 어렵다고 한다.

어쨌거나 무슨 일을 하던 스스로 열정적인 삶을 살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대리운전을 기다리다 결국 한 시간 이상을 까먹었다.

나한테 한 시간은 치명적인 손실이다.

더 이상 도저히 기다릴 수 없어서 그냥 차를 몰고 들어왔다.

그것이 버릇이 되지 않아야 할 텐데...

잠시 잠을 청한 후 영화 한편(이달의 우수사원)을 보고 한수원 강의자료를 읽어보았다.

두 시간의 강의를 위해서 나는 그 다섯배 이상의 시간을 투자했다.

하지만 그런 모든 노력들은 고스란히 나의 지적 자산으로 남는다.

이 강의안을 기준으로 책을 다시 써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한번 시도를 해 볼만하다.

동서양의 문화비교/ 조직문화/ 사람에 대한 이해/ 그리고 어떻게 사는 삶이 올바른 삶인지를 책으로 엮어서 불후의 명작을 남기고 싶다.

나는 그럴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