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928(월)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고 환상 같은 영죽리 여울을 기대했었는데 물고기 텃세가 얼마나 심하던지...
겨우 한 마리 낚아 꽝조사를 면했을 뿐이다.
금요일에 일찍 집에 들어가면서 집사람에게 전화를 걸었다.
“저녁식사 안 했으면 밥이나 같이 하지?” 했더니
“일단 들어와 보세요.” 한다.
출근길에 늘 지나치던 집 앞 ‘chad and dorothy’ 라는 이름의 작은 술집에 한번 가보고 싶었었는데 어느 날 간판을 내렸다. 그리고는 그자리에 생선구이 전문점을 열었다.
‘생선구이 전문점이라... 언제 한번 가 봐야지.’
하고 마음속에 담아두고 있었는데 전철을 타고 오면서 마침 그 생각이 났다.
집사람에게 그곳으로 나오라고 했다.
집사람은
“거긴 배달 전문점인데요? 알았어요. 하여튼 갈게요.” 한다.
음식점 분위기가 어수선하고 어째 좀 이상한 것 같다.
새로 개업한 식당치고는 너무 지저분하다.
가게 안 보다는 차라리 밖이 더 나아보여서 밖에 나와 자리를 잡았다.
집사람이 도착했고 나는 고등어구이와 삼치구이를 주문했다.
소주 한 병을 달라고 하니 냉장고에서 꺼내는 것이 아니고 가게 옆에 세워둔 소주 박스에서 한 병을 꺼내주고는 잔도 종이컵을 내 놓는다.
배달 전문이다 보니 소주잔도 없다고 한다.
생선도 전문점에서 구운 생선 맛이 아니고 그냥 적당히 전기 오븐에 구운 싸구려 절임생선 맛이다.
마음이 약해 그냥 나갈 수도 없어서 울며 겨자 먹기로 소주 한 병과 밥 한 공기를 얼른 비우고 둘이 마트에 가서 여울에 가 먹을거리를 장만해 집으로 들어왔다.
영화를 보다가 졸음이 쏟아져 그냥 잠이 들었는데 12시 즈음에 깨어 자다 깨다를 반복했다.
5시에 일어나 샤워를 하고 준비를 마치니 6시다.
8시에 만나기로 하였으므로 두 시간이면 여울까지 족히 갈 수 있다.
영죽리 여울에 도착하니 한빈 아빠가 나와 있다.
곧바로 입수하여 흘려보지만 영 입질이 없다.
꽝조사는 면할 거라고 끈질기게 스침질을 해 보았다.
결국 저녁 무렵에 60짜리 한 수를 끌어냈다.
녀석의 저항이 어찌나 심하던지 끌어내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낚시를 접고 계측을 마친 뒤 녀석을 방생하고 여우섬으로 향했다.
여우섬에는 제드가 제대로 야영준비를 해 놓았다.
소주잔이 오가면서 나는 한 병 조금 넘게 마셨고 11시경에는 조용히 차로 들어가 잠을 청했다.
다음날 새벽부터 시작된 견지에서 누치는 나를 완전 바보로 만들어버렸다.
몇 번의 입질이 있었지만 제대로 물어주지 않아 끌어낼 수 없었고 그렇게 많은 미끼를 뿌렸음에도 제대로 반응해 달려들지 않았다.
내가 새로이 개발해 시도하는 방법이 영 잘못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요즈음 추를 무겁게 쓰는 게 유행인데 내 생각은 가볍게 써서 최대한 빠른 시간에 물고기가 있는 곳까지 보내 주는 게 좋은 방법이라는 생각을 했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가벼운 추로 하고 짧은 스침이 가장 현명한 방법이다 .
그런 방법으로 결국 녀석들에게 완전히 당하고 말았다.
내가 꽝을 치고 있는 사이 불거지는 강심에서 세 수나 했다.
그럴 땐 내가 바보된 기분이어서 더욱 약이 오른다.
그래도 견지만큼 나를 즐겁게 하는 것은 없다.
일단 강으로 나오는 것 만으로도 즐겁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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