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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무들기 생각

가을잎 단상

by 굼벵이(조용욱) 2007. 5.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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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구내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가을향기도 맡고 먹은 음식 소화도 시킬 겸해서 회사 정원을 산책했다.

이름도 기억 못하는 수많은 종류의 나무들을 바라보노라면 삶 속에 복잡하게 얽혀있는 모든 감정의 연결선이  용광로 속의 철사 줄처럼 녹아 내리는 듯한 편안함을 느낀다.

주차장 뒷편을 돌아 테니스장을 거쳐 금방 성냥불처럼 피어오를 것 같은 산수유 열매를 바라보았다.

탱글탱글한 것이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금방 터져 버릴 것 같은 기세다.

잎사귀가 미모사 처럼 생겨먹은 이름 모를 나무는 잎을 잔뜩 웅크리고 가을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그 속에 모과나무는 주먹만한 모과를 주렁주렁 달아매고 나를 유혹한다.

"네가 진정으로 향기를 머금을 때 내가 함께 하리라"라고 살며시 속삭이고 오솔길을 나서는데 경영정보처 김과장 일행이 산책로에 들어섰다.

김과장 일행과 나는 우리 앞에 늘어선 나무를 보면서 담소를 즐겼다.

"요기 요 나무는 아직 잎이 짙은 초록인데 저기 저 나무는 벌써 노랗게 물들고 반쯤은 낙엽을 쏟아낸 것 같네 그려" 하고 내가 말했더니 김과장이 얼른 받아서 하는 말이 "무거운 거 힘들게 들고 있으면 뭐해. 빨리 빨리 벗어 던지고 일찌감치 잠이나 자지"하는 것이다.

그 말을 듣고 나는 갑자기 어깨가 무거워져 고개를 떨구었다. 요즘 가뜩이나 삶이 피곤하다는 생각이 늘 머리를 떠나지 않고 있었는데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도 갑자기 끝없는 동면에 빠지고 싶다는 생각이 밀려왔다.

가슴이 답답해진다. 머리를 들어 앞을 보았다. 무지무지한 회색빛 건물이 나를 삼킬 듯이 마주보고 있다. 아이들의 얼굴이 떠오른다. 또다시 복잡한 감정의 철사줄이 수천으로 꼬이면서 회전문 안으로 들어서는 나를 발견한다.
나는 혼자 이렇게 되뇌었다.

"힘든 여름 뒤에 찾아오는 편안한 동면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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