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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서로 다른 생각이 빚어낸 아주 위험한 행동

by 굼벵이(조용욱) 2013. 3.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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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내가 광양에 부임한지 2개월 보름이 지났을 무렵 어느 목요일 밤

집사람이 큰아들과 함께 이곳을 방문했습니다.

다음날인 금요일은 내가 근무하고 있는 동안 아침부터 저녁까지

강진의 다산 유적지 등을 돌며 아들과 함께 먼길을 여행하고 왔습니다.

여행에서 돌아온 모자에게 나는 근사한 저녁식사를 대접하고 싶었습니다.

그동안 내가 경험한 음식점 가운데 가장 훌륭하다고 생각하는 집을 선택했지요.

그곳은 싱싱한 회 한 접시와 각종 해물로 만든 찜을 정성스레 제공하는 집입니다.

그런데 아들이 얼핏 바닷가 횟집에 가는게 어떠냐는 이야기를 합니다.

나도 처음에는 이곳 광양 바닷가 근처에 출렁이는 파도를 바라보며 소주 한 잔 마실 수 있는

좋은 횟집들이 있을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사실은 이곳 광양의 바닷가에는 광양제철을 포함해 관련 산업체 공장들이 들어서 있을 뿐

횟집 따위는 일체 없습니다.

공장이 많으니 주변 바닷물도 깨끗하지 않다는게 중론이고 그래서 어부들이 드나드는 항구도 없습니다.    

오죽하면 남쪽 끝 바닷가임에도 불구하고 광양 불고기가 유명하겠습니까?

여긴 횟집이 별로라고 아이에게 말하면서 내가 당초에 생각한대로 해물찜 집에서 저녁을 먹었습니다.

그런데 집사람이든 아이든 별로 음식을 즐기지 않는 눈치더군요.

마음에 들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그러면 내일 점심이나 저녁에 광양불고기를 먹으러 가야겠다고 내심 혼자 생각했습니다.

다음날엔 토요일이어서 새벽에 일어나 화개장터를 함께 갔습니다.

내가 섬진강에 들어가 견지낚시를 하는 동안 집사람과 아이는 쌍계사와 최참판댁엘 다녀옵니다.

날은 폭염으로 사람을 파김치처럼 만듭니다.

오전에 반바지만 입고 물에 들어선 덕에 정강이는 불볕에 그을러 물집이 잡혀오는지 쓰라려옵니다.

집사람이 구례 화엄사를 가고싶어합니다.

그렇다면 점심으로 생각했던 광양불고기는 접을 수밖에 없습니다.

화개장터에서 비빔밥으로 점심을 때우고 화엄사로 향하는데 찌는 듯한 더위가 차든 사람이든 숨막히게 합니다.

화엄사를 가고 오는 길이 내겐 무척 힘들었습니다. 

얼마 걸리지 않는 고속도로에서 졸음까지 오더군요.

집에 도착하니 네시가 조금 넘은 것 같습니다.

너무 피곤해 샤워를 하고 좀 쉬었지요.

그 사이 집사람이 저녁밥을 합니다.

난 광양읍에가서(2~30분 소요) 광양불고기 맛을 보여줄 심산이었는데 

짐사람이 저녁밥을 짓고 있는 것이었어요.

광양불고기 먹으러 갈건데 왜 밥을 하느냐고 물으려다가 말았습니다.

자신이 나물 등 시장을 보아왔는데 보아하니 그냥 두고 가면 요리할 줄 모르는 내가 그냥 썩히겠다 싶어

반찬을 해놓고 가고싶은 모양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러고는 저녁까지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그런데 다음날 아침 서울로 가기 위해 오분이면 갈 수 있는 터미널까지 나의 배웅을 거절한 채

집사람은 부지런히 도망치듯 택시를 타고 가버렸습니다.

예의 그 말없는 불만행동이 또 폭발한 것이지요.

난 엄청 열을 받았습니다.

혼자 차를 몰아 터미널로 가는 동안 감정조절을 못해 사고도 날 뻔 했습니다.

터미널에서 고래고래 소릴 지르며 화풀이를 하려다가 정말 힘들게 참았습니다.

주변사람들이 흘끔거리더군요.

집사람은 화장지로 눈가를 찍어댑니다.

우리집 소와 사자는 이렇게 맨날 힘들어합니다. 

어디 상담센터라도 가봐야 할 것 같습니다.

집사람은 나에 대한 고정관념을 바꾸지 않으려고 합니다.

나중에 문자로 확인한 바에 의하면 그녀가 화난 이유는

힘들게 내려간 아이한테 바닷가에서 회 한사라 사주지 않았다는 거였습니다. 

모든 게 내가 만든 일이겠지만 참으로 견디기 힘든 사소한 일들로 고통받으며 25년 동안 살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