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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소가 웃는다.

by 굼벵이(조용욱) 2020. 1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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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에 있을 때 할 수 없었던 말을 퇴직 후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형식으로 외쳐본다."

이 글은 2015년 경에 작성되었으나 보안상 임시저장되었다가 퇴직 후 이제야 세상에 내어놓는다.

 

공공기관 성과연봉제를 살펴보자

성과주의와 연봉제를 합한 말이다.

즉 성과에 따라 연 단위로 연봉계약을 맺는다는 말이다.

전혀 관련이 없는 것의 견강부회식 조합이라고 생각되지 않는가?

연봉제는 연단위 계약이 적합한 직종에 운용되는 임금계약 방식이다.

성과주의는 성과를 최우선 가치로 생각한다는 말이다.

임금개념이라기 보다는 일시적 보상개념이다.(Incentive)

하지만 성과는 꼭 1년 단위로 나오지 않는 것도 많다.

어떤 것은 수년, 수십년이 지나야 성과가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일반적으로 회사 등 조직은 단기적 성과도 중요하지만 장기적 성과가 더욱 중요하다.

단기적인 성과가 아무리 높다 하더라도 장기적인 기업의 성장을 저해한다면 단기성과는 포기해야 한다. 

그러므로 매년 연단위 계약을 맺는 연봉제는 장기적으로 창의적인 혁신을 이어갈 필요가 없는 단순 반복적 직무 따위에나 적합한 제도이다.(예 : 운동선수) 

 

공무원, 공기업을 포함한 대규모 조직은 유기체여서 조직내 경쟁보다는 조직내 서로 다른 직무담당자간 협업과 통섭을 통해 혁신의 퀀텀점프를 이어가며 Sustainable Growth(지속가능 성장)을 도모해야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단기적인 성과보다는 장기적인 성과와 혁신에 올인하지 않으면 안된다. 

또한 경쟁을 통한 성과창출이 목적이라면 경쟁은 개인간 경쟁이 아니라 조직간 경쟁을 목적으로 하여야 한다. 

조직 내 개인들을 경쟁으로 이끌 경우 협업은 사라지고 따라서 창의적 혁신이나 조직효율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어느나라든 일반적으로 대규모 조직의 구성원 채용시 조직을 위해 평생 화합하고 헌신하라고 정년제 계약을 맺지 연단위로 연봉제 계약을 맺지 않는다.

연봉제 계약은 대개 단기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방편으로 이루어진다.

연봉제가 발달했다는 미국의 경우에도 혁신을 제대로 이어가는 대규모 기업들은 직무급 중심의 정년제를 채택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미국에서 성공했다는 이유로 직무급 체제도 아니면서 무차별적으로 연봉제를 도입한다. 

더더욱 잘못된 것은 성과연봉제라는 이름으로 정부가 정책적으로 모든 공조직에 적용을 강권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성과연봉제는 주기적인 순환보직이 이루어지고 공공서비스를 주목적으로 하는 공조직에는 더더욱 부적합하다.

특히 성과연봉제란 말은 듯도 보도 못한 용어로 임금제도의 근간을 벗어난 잘못된 제도다.

 

연봉제는 그냥 연봉제라는 임금계약 방식만을 의미한다.

연단위로 임금계약을 맺는 것을 의미할 뿐이다.  

 

성과는 성과주의를 축약해 부른 말로 성과에 따라 차등보상한다는 의미로 동기부여 방식의 한 형태일 뿐이다.

그냥 성과가 좋으면 더 많은 보상을 하고 나쁘면 적게 보상하거나 불이익 처분하여 많은 성과를 창출하게 하기 위한 동기부여방식(인센티브)을 일컫는 말이다.

그 방법도 그냥 정해진 기간에 창출한 성과를 기준으로 일회성 인센티브를 지급해주면 그만이다. 

 

연봉계약은 앞으로 하게될 미래 1년간의 업무에 대한 임금계약이다.

따라서 전 해에 낸 성과로 앞으로 수행하게 될 업무의 임금지급 기준을 삼는 것은 논리적으로도 부합하지 않는다.

연봉제는 본질적으로 앞으로 수행하게 될 직무와 기대되는 성과의 가치에 따라 임금을 지급한다는 것을 근간으로 한다. 

따라서 연봉제는 직무급과 불가분의 관계이다.

거기에다가 경쟁적으로 좀더 일을 열심히 하게 할 목적으로 성과주의 기반의 성과급(인센티브)을 가미했는데 이는 과거 일정기간 동안 행한 일에 대한 일회성 보상과 처벌의 기준으로만 활용한다.

그래서 임금시스템의 기본구조는 직무급(기본급 = 기준임금, 미래지향) + 성과급(과거지향)이라는 형태가 된 것이다. 

미래 수행하게 될 직무수행 능력을 기준으로 연봉계약(직무급)을 체결하고 직무수행한 결과에(과거지향) 따라서 그 때 그 때 일회성 성과급을 차등지급 하면 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성과주의 극대화를 도모한다면서 전 해의 성과(성과급)를 기준으로 다음 해의 기준연봉(직무급)을 조정하는 임금시스템을 만들어 모든 공공기관에 강권하고 있다. 

다시말하면 일회성 성과급을 생애급에 해당하는 기준임금에 반영하여 성과연봉제란 이름으로 세계에 유래가 없는 임금제도를 만들었고 나아가 정부가 이를 공공기관에 강요하기 까지 하는 웃지못할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그 전형적인 예로 K공사의 임금체계를 보자.

입사동기가 본사와 사업소에서 각각 20년간 근무할 때 임금지급 기준인 기준연봉이 두배 이상 차이나는 불합리한 임금구조를 만들어 놓았다. 

일회성 성과급이 아니라 정년까지 지급이 보장되는 기본급이 이렇게 차이가 나는 것이다. 

본사에서 20년간 근무한 후 사업소로 순환보직 되더라도 사업소에서만 근무한 동기와 같은 직급 같은 직무를 수행하는데 기본급은 물론 퇴직금까지 두배이상 차이가 나는 것이다. 

이는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이라는 노동법의 대 원칙에도 위배된다.

이는 본사 인사고과(성과급과 연계)가 사업소 인사고과보다 한단계 높도록 설계했기 때문에 생긴 일이다.

당해년도의 인사고과가 매년 기준임금에 반영되고 그 기준임금 인상분이 매년 복리계산 되기 때문에 생기는 모순인데 아직까지 철옹성처럼 지켜지고 있다.

절대다수인 사업소 근무자들은 이런 숨겨진 모순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냥 소처럼 일만 한다.(대부분 모른다)

이게 정부가 산하기관 임금정책에 잘못 개입해 임금체계를 망쳐놓은 전형적인 사례다.

 

직무급을 도입할 수 없는 환경(문화적 차이, 국가의 열악한 사회보장 시스템을 기업이 대행, 순환보직, 국민정서 등)이어서 그동안 직급별 호봉제를 운영해 왔는데 연봉제가 미국을 성공시킨 제도라고 착각하여 억지로 연봉제를 도입하라고 생떼를 쓰면서 생긴 웃지 못할 해프닝이다. 

정부가 예산편성지침을 내리면서 잘못된 국가생각을 모든 공공기관이 획일적으로 도입하도록 지시함에 따라 생긴 일이다.

예산편성지침은 그냥 말 그대로 공공기관이 요청한 예산의 적정성을 따져보고 승인하면서 합리적인 집행기준만 제시하면 될 것인데 공공기관을 지배하거나 통제할 목적으로 사용하다보니 이런 엉뚱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국가가 사장을 선임하면서 책임경영만 물으면 될 일을 각각의 임금시스템에 대해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서로 다른 천차만별의 공공기관에 획일적인 임금시스템의 적용을 예산편성지침으로 지시함에 따라 생긴 웃지 못할 해프닝인 것이다.

이 또한 국가가 공공기관 위에 군림하려는 전제주의적 발상의 오래된 적폐 중 하나인데 엉뚱한 곳에서만 적폐를 찾고 있고 내로라 하는 경영학 박사나 컨설턴트들이 그리 많아도 이를 지적하거나 거론하는 사람은 아직 한 사람도 보지 못해 답답한 마음에 현직에서 못했던 말을 퇴직 후 지적해 본다. 

선무당은 언제나 사람을 잡게 되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