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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반일리치의 죽음과 삼촌의 죽음.
엊그제 삼촌이 돌아가셔서 사흘간 빈소를 지켰다.
톨스토이는 이반일리치의 죽음을 통해 마지막 죽어가는 순간에 마음이 어떻게 바뀌어가는지를 리얼하게 묘사했다.
죽은 사람에게 장례식만큼 중요한 사건은 없다.
하지만 장례식에 참석한 조문객 입장에서 보는 당사자의 죽음은 '그저 조금 품위가 떨어지는 대수롭지 않은 일'로 여겨진다.(소설 속 관점)
그런데 그 '품위'란 것이 실은 우리가 죽을 때까지 추구해왔던 '호랑이 가죽'이라는 아이러니가 성립한다.
이기적 유전자가 만들어 낸 내로남불은 그래서 함부로 쉽게 내뱉을 수 없는 말이다.
이반일리치가 죽을 때 마지막으로 한 말은 '쁘로쁘스찌'(보내줘)였다.
하지만 회개의 끝에 그가 진정으로 하고싶었던 말은 '쁘로스찌'(용서해줘)였다.
소설 속에선 힘이 없어 생각과 언어가 일치하지 않았다고 변명했다.
남에게 용서를 구한다는건 이타적 사랑의 다른 표현이다.
나를 버리고 모든 것을 온전히 당신에게 나의 품위에 대한 평을 맡긴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슬퍼서 울고 있는 가족들에게 '날 그냥 보내달라'는 건 내 안에 가진 것들을 그냥 가둔채 가져가겠다는 것이기에 이기적 욕망이다.
우리 삼촌이 돌아가시며 마음 속에 가지셨던 생각은 과연 어떤 것이었을까?
나는 죽을 때 만이라도 꼭 '쁘로스찌'라고 발음을 바르게 하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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