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다른 농산물도 그렇지만 고구마를 먹을 때도 경건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
그게 탄생하는 과정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지난 주 예초기를 메고 고구마 줄기를 쳐낼 때도 팔에 느껴지는 진동이 남아 숟가락을 들기 힘들었었다.
어제는 비닐을 거둬내고 고구마를 캐는데 오전 내내 한고랑 반밖에 못 캤다.
꾀를 내어 로타리삽을 이용해 캤는데도 그정도 밖에 못캤다.
그것도 시로도라 상품가치가 있는 것들만 골라서 상처를 낸다.
고구마를 샀는데 혹 작은 상처가 나 있다면 욕하기 전에 상처낸 농부의 마음이 얼마나 아팠을까를 이해해야 한다.
열심히 일한 내게 근사한 밥상을 차려줄 사람도 없으니 근처 함바집을 찾아 점심을 먹으며 소주 한 병 곁들였다.
농부는 술힘으로 일한다는 이야기는 부분적으로 맞는 말이다.
술김에 한줄 더 캐고 다음 줄 캐는데 졸음이 쏟아져 차 안에 들어가 잠시 눈을 붙였는데 내 코고는 소리에 내가 깨었다.
농부의 고된 일과를 끝내고 잠자리에 들자 깊은 잠이 밀려들었다.
죽어도 좋으니 깊은 밤 몰래 찾아달라고 애원했던 능구렁이 처녀는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이젠 구렁이 한테도 별볼일 없는 독거노인으로 전락한 것 같다.
젠장...
모든 공감:
회원님, 신창수, 오치윤 및 외 131명'봄무들기 농장' 카테고리의 다른 글
노인을 공경해야하는 이유 (0) | 2023.04.21 |
---|---|
구렁이 같은 놈 (0) | 2023.04.21 |
하늘바다엔 우영우 고래가 (0) | 2023.04.20 |
망나니 농부의 변 (0) | 2023.04.20 |
여보! 나 백살 넘어살면 어떡하지? (0) | 2023.04.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