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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음흉한 놈을 구렁이 같은 놈이라 할까?
오늘 귀신이 곡할 노릇을 경험했다.
노인회장님이 점심을 사주신다고 해 나가던 길에 잠시 닭장에 들렀다.
우리 꼬꼬들이 아침마다 일용할 양식을 제공하는데 가성비는 사실 사료값 대비 마이너스다.
매일 낳는 계란 숫자가 암탉 숫자보다 훨씬 못 미치는 데에다 그것도 여자들 맘 처럼 들쑥날쑥한다.
그러려니 하고 지내다가 오늘 그 원인을 알아냈다.
지난번 병아리가 초토화된 이유도 아랫집 씨바견이 아니고 이놈 짓 아닌가 싶기도 하다.
알을 꺼내려고 항아리 안에 손을 들이 밀다가 기겁을 했다.
능구렁이 한마리가 점잖게 내 알을 껴안은 채 똬리를 틀고 있는게 아닌가!
얼른 막대기를 구해 툭! 하고 몸통을 건드렸다.
놈이 대가리를 항아리 밖으로 내밀었다.
그 순간 머리를 내리쳤다.
심하게 맞은 게 아니어서 그럴 경우 대부분의 경우 줄행랑을 치는데 놈은 축 늘어져 죽은 척 내 앞에서 시체놀이를 한다.
거푸 머리를 두대 더 가격했다.
완전한 시체가 되어 꼼짝도 안한다.
놈을 끌어내어 닭들이 그동안의 원수를 갚도록 펼쳐놓고 회장님과 삽교천에 가 근사한 안주에 소주를 병반이나 마시고 들어와 닭장부터 살폈다.
그런데 놈이 안 보인다.
원수진 닭들한테 쪼여 머리고 몸통이고 박살이 나 있어야 할 녀석이 그림같이 사라졌다.
황구렁인지 능구렁인지 구렁이한테 완전 속았다.
아마도 놈이 오늘 밤 처녀로 변신해 내게 복수극을 벌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좋으니 꼭 처녀로 변신해 내 침실로 스며들라.
오늘 밤이 기대된다.
죽어도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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