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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1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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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마늘밭을 일구었습니다.
감을 따러 나온 아랫집 할배는 선친 동갑내기 친구신데 나랑 막걸리 한 잔 하시는걸 최고의 낙으로 여깁니다.
내가 '막걸리 한잔 하실래요?' 하면 어린애처럼 좋아하시지요.
육체노동으로 갈증날 때 마시는 시원한 막걸리 한잔은 황홀감마저 느끼게 합니다.
내가 로타리삽으로 한땀 한땀 마늘밭을 일구는걸 보시던 할배는 어느새 씨마늘 한접을 가져다 놓았습니다.
전날 점심에 게스트 비닐하우스에서 막걸리 한 잔 하다가 할배에게
'우리 셋이 함께 아래 밭에 마늘 심어 내년에 술 사먹자'고 했더니 오늘 씨마늘을 들고 오셨습니다.
제 농막 바로 앞에는 할배가, 옆에는 아짐이 사십니다.
오늘도 돼지 다리살을 듬뿍 넣고 두부와 김장김치를 넣어 김치찌개를 끓여 식사겸 안주로 퍼드렸더니 아침식사 대신 막걸리만 한 잔 하셨다며 맛나게 드십니다.
내가 밭을 일구는 동안 쪽파와 달랑무를 다듬어 주시던 아짐도 막걸리 한 잔 하시면서
'경신아빠가 와서 참 좋아' 하십니다.
아짐은 나의 멘토 프로 농사꾼이십니다.
내가 아짐이 하라는대로 하고 나면 가끔 내 밭을 오가며 신의 한 수를 던지십니다.
그러면 어느새 '동네최고'의 밭으로 변신합니다.
온실 안이나 밖이나 사이코 패틱 나르시시스트 같은 독초들 때문에 농사를 망칩니다.
세상만사 다 버리고 이분들과 나누는 막걸리 한잔은 독사에게 물린 아픔 마저도 녹여내는 치유력이 있습니다.
차라리 유치함이 복잡한 잔머리를 한방에 날리는 듯합니다.
벌써 새벽닭이 우네요.
오늘 멘토님께 배울 일이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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