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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지혜를 찾아서/인문학 산책

켈트의 꿈(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by 굼벵이(조용욱) 2023. 8.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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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민제국주의를 이해하려면 반드시 읽어야 하는 책이다.

우리가 일제 식민치하에서 당한 고통은 고통도 아니다.

유럽이 아프리카나 남아메리카 등 식민 통치하의 현지인들에게 행한 패륜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잔인하다.

주인공 로저는 아프리카와 아마존 현지를 영국 영사의 자격으로 다니며 낱낱이 기록으로 남겼다.

그 기록은 역사의 진화를 도모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

너무 세세한 기록이고 그 양이 방대해 처음에는 읽어가며 경악하다가 나중에는 지쳐 졸음이 왔다.
무자비한 식민통치에 대한 고발이 계속 반복되어서 더 이상 읽는 것에 의미가 없다고 판단해 중간에 스킵했다.
장장 727페이지에 걸쳐 빼곡히 들어찬 아프리카와 아마존에 대한 무자비한 식민통치 고발과 아일랜드 독립운동을 읽는 것은 60대 중반 노인에겐 지쳐 눈꺼풀을 늘어뜨리게 한다.
우리는 죽창가를 부르며 일본을 비난한다.

그것도 그 시대에 직접 당하거나 경험해 보지 않는 세대들이 주워들은 지식으로 노래한다.

노래를 부른다고, 지금에 와서 원수를 갚겠다고 죽창을 들어봐야 아무런 소용 없다.

그것은 난쟁이의 못난 몸부림에 불과하다.

식민통치를 왜 받아야만 했는지를 분석하고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 때 그사람들은 왜 죽창을 들고 죽창가를 부르지 못했는지 알아야 한다.

물론 안중근 의사 같은 분은 예외적으로 아주 특이한 케이스에 해당한다.

그러려면 광분해 복수를 꿈꿀 것이 아니라 그들을 넘어설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그러려면 이런 책을 통한 현실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

제대로된 나라를 만드는건 오롯이 위정자와 국민 몫이다.

궁극엔 위정자를 선택하는 국민 몫이다.

주인공 로저는 아일렌드 독립운동을 하다 체포되어 사형선고를 받았다.

하지만 잘못된 식민통치에 대한 고발로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열광했고 호응을 얻어 구명운동이 일어났다.
하지만 그의 일기가 구명운동을 방해하고 말았다.
일기 속에 그는 자신의 생각과 행동을 낱낱이 그려넣었는데 그는 자신의 동성애와 소아성애 성향까지 일기 속에 적었던 것이다.

그러다보니 여론이 그에게서 등을 돌려버린 거다.

당시에는 시대적으로 동성애는 금기시 되고 마녀사냥의 대상이었다.

나도 23년간 일기를 썼고 그 기록을 그대로 보관하고 있으며 지금도 써나가고 있다.

내 일기도 시대적으로 맞지 않는 생각과 행동을 담고 있다면 내 삶을 송두리째 앗아갈 수도 있다.

더군다나 난 지금 그걸 하나하나 만천하에 오픈하고 있다.

나를 포함해 고위직에 올라 에헴하고 앉았던 놈들의 지저분한 과거사도 포함되어 있다.

그게 인간의 팩트고 본질이기 때문이다.

현재의 머리가 과거를 조작하며 아닌척하지만 인간의 생각과 행동은 사실 페르조나에 의한 통제가 없다면 쓰레기 중 상 쓰레기다.

가식의 페르조나로 본질인 인간의 생각과 행동을 처단한다고?

그러려면 팩트와 본질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그래서 이런 종류의 일기가 필요한 것이다.

그 시대에 죄악이었던 동성애를 기록해 그는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지만 지금시대엔 동성애도 똑같이 존중받는다.

그래서 난 내 일기를, 내 치부를, 다른사람의 치부를 오픈하는 것이다.
자랑질만 sns의 대상은 아니기에.
로저 케이스먼트 처럼 적나라하게 나를 까발릴 참이다.
나와 동시대를 산 사람들 중 가면쓰고 내게 돌 던질만한 사람이 얼마나 될까?

진정한 자유인이라면 자신의 생각을 일반화하려 하지 말고 각자의 자유로운 생각을 최대한 이해하고 받아들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