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9페이지나 되는 장편 소설이지만 테마는 아주 간단하다.
제목이 왜 호박의 여름인지 잘 모르겠다.
여기서 호박은 pumpkin이 아니고 보석인 amber를 뜻한다.
아마도 아이들의 순수한 마음을 보석으로 표현하지 않았나 싶다.
여름에 자연과 더불어 자발적 학습을 통해 참된 인성을 가르치는 숲속의 학교인 '미래학교'에서 일어난 한 어린아이의 사망사고를 파헤치는 과정을 테마로 한다.
그 죽음에 특별한 의미와 흥미진진한 스토리가 내재된 것으로 잔뜩 기대하고 있다가 그냥 의미없는 단순한 사고에 지나지 않은 것으로 처리되어 실망감이 크다.
작가가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무엇인가를 꼼꼼하게 계획하고 썼다기 보다는 무언가에 쫓겨 급하게 마지막 클라이맥스 부분을 마무리하면서 한계에 부딪혀 엉성하게 마무리한 느낌이다.
요즘시대에 성인들의 야동이나 야잡은 일상이고 초등생까지 일상에 노출되어있는데 그걸 죄악시 다룬 측면도 조금 이상하다.
그것도 비교적 성문화가 발달한 일본에서 말이다.
이성적 생각과 본능적 감성은 완전히 다른 측면이다.
독자들에게 계획적으로 올바른 생각지도를 만들어주려는 노력은 필요하지만 본능적 감성의 한계를 넘어서긴 어렵다.
그건 정신이나 이성으로 통제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걸 정신병으로 다루어서도 안되고 죄악시 해서도 안된다.
사람이든 짐승이든 모두 그 죄악시되는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것들이기 때문이다.
실은 그게 본질이다.
차라리 어떻게 하면 그걸 건전하고 건강하게 받아들이느냐가 더 중요하다.
개가 길거리에서 흘레 붙는 것은 당연시하면서 인간에겐 본질을 숨긴 채 가면의 잣대를 들이대며 죄악시 하는 듯해 젊은 여성작가의 내숭이 돋보이는 측면도 있다.
하지만 일본소설에서 늘 느끼는 단순함과 유치함의 미학이 두드러진다.
어린 날의 아련한 추억을 불러내 예쁘고 순수한 감성을 자아내면서 보다 착하고 순수하게 살려는 의지를 일깨운다.
이래서 난 일본소설을 좋아한다.
순수함과 단순함 그리고 유치함을 추구하는 아름다움이 있기 때문이다.
어린날 내가 미우라 아야코의 빙점에 매료되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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