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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6

20060720 출세의 지름길

by 굼벵이(조용욱) 2023. 12.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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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7.20(목)

초복이라고 KYS과장이 삼계탕을 먹으러 가잔다.

잠시 후 O부처장이 불러 가 보니 함께 삼계탕을 먹으러 가자고 한다.

어쩔수 없이 나는 그 쪽으로 과장들끼리 가게 했다.

KC부장과 함께 총무팀 식구들과 어울려 삼계탕을 먹었다.

 

O부처가 낚싯줄 공구에 참여해 낚싯줄을 다섯 개 주문했는데(하나에 2만원) 그중 두개는 내 몫으로 했다고 한다.

지난번 수장대도 그렇게 주문해 주시더니 이번에는 낚싯줄 공구에 나 대신 나서주셨다.

나를 영락없는 조사로 만들 계획인 것 같다.

 

아침 아홉시 반에 노조 기획국 관련 단협 협상테이블에 나오라고 해 관리팀 SW과장만 보냈다.

노무처장은 정년연장이 다 된 것처럼 떠벌이고 다닌다.

누가 어떤 절차를 거쳐 어떻게 인사제도가 바뀌는지 모르기에 생긴 현상이다.

자신이 사장과 직접 이야기를 나누었고 사장도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으므로 그냥 추진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노조 위원장도 배전직군이고 P도 배전직군이며 관리본부장도 배전직군이어서 서로 간에 신뢰가 두텁다.

노무처장 말이 맞다면 그런 두터운 신임체계를 바탕으로 사장이 임기말에 노사간 짝짝꿍을 벌이는 레임덕 현상으로 밖에 볼 수 없다.

하지만 정년연장은 사회적 파장이 크기 때문에 노사간 짝짜꿍만으로는 절대 불가능하다는 걸 아는 내 입장에서는 그런 행각들이 재미있기 까지 하다.

 

오후에는 경영평가팀에서 전화가 왔다.

경영평가단 설명회가 KOTRA에서 있으니 거기 가서 의견을 교환하도록 하라는 것이다.

부사장도 함께 참석하니 가서 자리를 빛내달란다.

팀장들이 와야 한다고 해 가보니 나를 제외하고는 모두 과장들만 와 있었다.

결과적으로 보면 별로 유익한 자리도 아니었는데 바쁜 사람 불러다가 시간만 낭비하게 했다.

설명회에서 거론된 이야기 중 인사와 관련된 이야기는 채 1분도 안되고 그것도 우리 평가를 담당한 BSH가 진행한 것이 아니고 다른 사람이 평가를 한 것이어서 우리에게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하는 것이었다.

설명회가 끝나고 기분도 꿀꿀해 다시 사무실 들어갈 생각이 사라졌다.

마침 테니스 친구 HB가 차를 운전하고 있었으므로 우리 집 근처에서 차를 내려달라고 했다.

오늘이 초복인데 저녁밥을 어떻게 했으면 좋겠느냐며 집사람이 물어온다.

그 말은 밥하기 귀찮으니 나가서 먹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다.

집사람은 단도직입적으로 이야기하는 적이 없다.

언제나 자신 없는 말투로 상대방을 배려하는 듯하지만 상대방이 이를 잘못 알아듣고 엉뚱한 행동을 하면 화를 낸다.

그래서 늘 집사람과의 컴뮤니케이션에 애로를 느끼고 트러블의 원인이 된다. 

온 식구가 함께 삼계탕집에 가서 한방 삼계탕을 먹었다.

모두들 좋아했다.

저녁을 먹으며 소주를 한 병 비웠다.

영화를 본다고 컴을 켜 놓았는데 술기운에 졸음이 밀려와 도저히 볼 수가 없었다.

 

K원장에게 편지를 띄웠다.

M처장이나 P실장 모두 그의 친구들이고 1직급 승진은 후배들인데 먼저 전무로 승진을 했으니 배가 몹시 아플 것 같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M하고는 원수처럼 지내온 터여서 정년까지 앞으로 남은 삼년을 어떻게 보낼지 의문이다.

거지처럼 비루하고, 약삭빠르게 의리 없이 살다가 제때에 제대로 정치권에 줄대어 승진하는 게 출세의 지름길이다.

난 때려죽여도 할 수 없는 짓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