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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6

20060720 원장님 전상서

by 굼벵이(조용욱) 2023. 12.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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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중 잠깐 짬을 내어 인사드립니다.

안녕히 잘 계시지요?

자주 문안 여쭙지 못해 죄송합니다.

원장님이 인사처장으로 계실 때나 지금이나 제 생활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습니다.

어제도 P국장과 단협 협상을 한다고 4시간이 넘도록 사투를 벌이고 왔더니 기진맥진 되더군요.

P국장의 오만방자한 태도를 보면서 끓어오르는 속을 달래느라 속이 많이 상해 있습니다.

2년 전 처장님 계실 때 주 5일제 관련 단협 협상한다고 노조와 부딪치던 생각이 납니다.

저는 매일 지옥 속에서 그렇게 살아갑니다.

처장님이 새로운 보직을 맡아 새로운 환경에 새로운 생각을 펼쳐나가시듯 저는 또 새로운 처장님의 새로운 생각을 받아 새로운 관점에서 또다시 2년을 보내고 있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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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우리 J처장님이 전무로 승진해서 가신 다네요.

경사가 아닐 수 없습니다.

회자정리 거늘 그렇게 만남과 헤어짐이 이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마음 한 구석은 웬지 허전한 느낌이 듭니다.

처장님 지시 받아 함께 추진해 왔던 굵직한 안건(직무분석, 인사평가제도 개선 등)들이 갑자기 무게를 더해 제 어깨를 누르는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현재의 내 직분에 만족하고 꾸벅꾸벅 열심히 일이나 하면서 살자고 다짐한 인생이지만 때로는 공허한 생각도 드네요.

다른 사람이라고 시키는대로 하면서 편히 잘들 살고 있는데 사장도 아니면서 내가  왜 노조와 그렇게 대립 각을 세우고 있을까?

하는 의문에 자괴감 따위가 생겨 이것저것 다 버리고 그냥 편안한 삶을 찾고 싶은 마음도 꼬물꼬물 올라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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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 한 통, 편지 한 통 없어서 많이 서운하셨죠?

제 마음 속에 아직도 살아 숨쉬는 욕망과 열정이 원장님을 서운하게 한 것 같습니다.

지나치게 현실에 충실하다 보니 주변을 돌아볼 여유를 갖지 못한 것 같습니다.

연락이 없더라도 마음에 없어서 그런 게 아니니 너무 미워하지 말아주십시오.

저와 함께 일하시는 모든 분들이 제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다 쪽쪽 빨아먹고 싶어 하시고 저는 고갈돼 마른 수건을 쥐어짜느라 매일 허덕이고 있기에 그랬다고 생각해 주세요.

어제 P국장과의 심한 격돌로 쇼크를 먹었는지 오늘은 헛소리가 자꾸 나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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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히 편지를 보내 원장님 마음만 상하게 하지나 않았는지 모르겠습니다.

원장님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