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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무들기 농장

수컷들은 모두 토사구팽 당하는 개 같은 운명을 타고났다.

by 굼벵이(조용욱) 2024. 1.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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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2월 23일 오후 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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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닭장 문을 열어놓고 닭멍한다.
닭장 앞에 앉아 멍하니 닭들을 바라보면
닭들은 처음엔 경계의 눈망울을 대록대록 굴리며 문밖을 나서려 하지 않다가
내가 닭 인지 닭이 나인지 모를 만큼 내가 멍청해질 때 즈음이면
어느새 똘똘한 한 놈이 먼저 문밖을 나서고
이어서 한꺼번에 우루루 문밖을 나서 닭장 밖 세상 놀이에 몰입한다.
그게 아마도 세상 이치 같다.
그나저나 내가 길들인 저 수탉 세마리를 해결하지 않으면 이놈들 등살에 암탉들 등허리가 홀라당 까질텐데...
알 낳는 암탉을 위해 대장수탉 한마리를 제외하고 세마리를 몽땅 참수할 수밖에 없는데...
이젠 내가 저 수탉 같아 서럽기까지 하다.
닭이나 사람이나 알 못 낳는 수컷들은
토사구팽 당하는 개 같은 운명을 타고났다는데.
아, 슬프고
슬기롭지 못한 농촌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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