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토)
긴 설 연휴 휴가를 가졌다.
연휴 첫날은 아침에 테니스를 다녀와서 곧바로 시골집으로 내려갔다.
시골 본가에 거의 도착해 목표지점 16km 전방에서 부터 구제역 방역을 시행(conducted disease surveillance and quarantine activities)하는 바람에 모든 차가 서행을 이어가 점점 밀리기 시작하더니 결국 두 시간이 넘게 걸려 집에 도착했다.
방역현장에서만 거의 한 시간이 넘게 걸렸다.
이젠 시골에 가도 명절에 함께 어울릴만한 친구들이 없다.
안중 근방 멀리 떨어져 사는 친구들에게까지 일일이 전화를 걸어 나의 귀향을 알리고 얼굴 보자고 청하던 정열은 이제 사라졌다.
어릴적 친구고 어릴적 일가친척이지 나이 들면 그런 끈들도(close ties) 하나씩 하나씩 느슨해진다.
그건 대부분의 사람들이 갖는 공통된 경향성이어서 잘못된 생각도 아니다.
아마도 절대자가(the absolute being) 삶의 과정 속 인간의 생각과 행동을 그렇게 설계해 놓은 모양이다.
소파에 누워 영화를 봤다.
‘모범시민’ 이라는 제목의 의미 있고 재미있는 영화인데도 몸이 피곤하다보니 자꾸만 잠이 온다.
자신의 아이와 아내가 강도들로부터 무참히 살해당하는 모습을 바라본 남자가 법과 권력이 공정하게 행사되지(exercise the power) 않자 그들을 상대로 10년 동안 치밀한 복수극을 펼치는 내용이다.
영화를 보다가 잠이 들었지만 깊은 잠을 못 잤다.
다음 날 사당(ancestral shrine)에서 제사를 지냈다.(hold a memorial service to our ancestors)
제사가 끝난 후 종중(families of the same clan)회의를 가졌다.
형이 종중 규약(agreement) 개정에 관한 이야기와 회의록에 대해 보고를 했다.
그동안 조용했던 성계 할배가 요즘은 많이 나서서 자기 의견을 피력한다.
이젠 공무원으로서 나름 어느 정도의 사회적 지위에 올랐고 그에 걸맞는 역할을 할 필요도 있다.
내가 듣기엔 별 의미가 없는 내용인 듯해 일종의 우월의식(snobbery)이 부른 자기알림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이어서 건희 아재가 불만을 터뜨린다.
한점 의혹이 없도록 공정하게 일처리를 마무리할 테니 믿고 맡겨달라는 종손의 말꼬리를 잡고 늘어진다.
그자리에 종손은 없었다.
그저 서로의 이해관계만 난무할 뿐인 듯하다.
옛날 같았으면 그렇게 심한 표현을 종손에게 하지도 않았고 할 수도 없었다.
그래도 성질 불같은 형이 잘 참아내는 모습이(retain himself) 눈에 보인다.
아마도 서로의 이해관계가 복잡한 일이어서 그런지도 모른다.
어쨌거나 무언가 어색하고 이상하다.
같은 집안이라는 정적인 개념보다는 재화에만 관심이 있어 보인다.
점점 분위기가 흉악스럽게 돌아갔다.
형님 말처럼 더 이상 재물로 인하여 마음 상하는 일이 없도록 빨리 종중의 재물을 없애는 게 상책인가보다.
재화는 관리할 능력이 있는 사람에게는 도움을 주지만 관리할 능력이 없는 사람에게는 화만 가져온다.
형님 말대로 더 이상 늦기 전에 최대한 빨리 처분하는 것이 바람직할지도 모른다.
어머니가 침대를 사셨다.
엄청 고가의 흙침대다.
얼마나 산다고 그런 즐거움을 포기하시겠냐며 사셨다.
하지만 대부분의 어머니들은 반대로 얼마나 산다고 그런 비싼 걸 사겠느냐며 역으로 고가의 상품 구매를 꺼린다.
우리 어머니는 정 반대의 혁명적 사상을 지닌 분이란 걸 나는 잘 안다.
나는 결혼해서 지금까지 한번도 침대를 바꾸어본 적이 없다.
이제는 낡아서 삐걱거리는 소리에 잠이 깰 때도 있을 정도인데도 말이다.
그렇다고 고장 난 것도 아니어서 내겐 특별히 바꿀 이유가 없었던 거다.
값이 얼마냐는 집사람 질문에 엄마가 대답을 꺼리신다.
수백만원을 주셨을 텐데 속지나 않았으면 좋겠다.
다른 사람은 그래서 울엄마가 건강하시다는 이야기를 한다.
실은 나도 그렇게 믿는다.
그만큼 스트레스를 덜 받으실 테니까.
집을 나서면서 집사람에게 10만원을 건네주며(handing over) 엄마에게 고스톱 비용(pocket money)으로 드리라고 했다.
집사람이
"엄마는 돈이 너무 많아서 주체를 못하시는 분인데... (cannot control)"
하며 입술을 내민다.
그러면 5만원 드리라고 했다.
하기야 집사람 입장에서 보면 속이 탈지도 모른다.
장손도 아닌 차남 며느리가 혼자 이것저것 제례 음식 장만 하느라 돈도 수 십 만원씩 써가며 생고생까지 했는데 남들은 세뱃돈도 받는다는데 그런 노고와 비용은 아랑곳없이 별도의 용돈까지 따로 챙겨드리라고 하니 속이 상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드리면 분명 엄마는 적은 돈에 섭섭해 하실 거다.
하지만 돈이 있으면 물 쓰듯 쓰시는 어머니에게 많은 돈을 드리는 것도 문제다.
차라리 돈이 없을 때 조금 더 드리는 것이 나을 듯싶다.
그냥 모르는 척 하고 지나가자.
처가에 가는 길은 많이 막혔다.
가뜩이나 많은 차량이 쏟아져 나왔는데 구제역 소독 때문에 중간 중간에 길을 막아서니 막힐 수밖에...
결국 세 시간 정도 걸려 처가에 도착했다.
은행나무 마트에 들러 고기를 사가지고 들어갔다.
장인어른이 아이들에게 세배 돈을 10만원씩 넣어주었다.
미안스럽다.
장인어른과 제주를 음복했다.
몇 잔 안 마셨는데 술이 많이 취해온다.(getting tipsy)
지난 밤 잠이 부족했던 탓인 것 같다.
다음 날 아침 식사를 마치고 처가를 나서 집으로 돌아왔다.
윤석철의 ‘삶의 정도’를 읽었다.
그도 나의 주장과 크게 다를바 없이 자연법칙에 따라 사는 것이 가장 완전한 삶임을 주장한다.
그걸 입증하기 위하여 여러 가지 과학적 사례들을 제시하고 있지만 주제는 오직 한 가지 자연법칙으로 귀결된다.
이어서 ‘소중한 나를 부자로 만들어주는 지혜’를(wisdom for the rich) 읽었다.
이 또한 한 가지 중요한 주제를 다룬다.
우리 위에 세상을 움직이는 그 무엇이 있는데 그것은 우리의 생각을 통해 세상을 움직인다는 이야기다.
따라서 하고자 하는 바를 명확한 그림으로 일관성을 가지고 강렬하게 그려주면 반드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시크릿의 이론과 별 차이가 없다.
론다 번의 시크릿도 사실은 여기서 출발했다며 결론 맺는다.
하기야 그 책의 저자는 1800년대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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