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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11

20110207 큰아이의 식습관

by 굼벵이(조용욱) 2025. 1.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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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요즘 테니스를 하고 밥 먹으러 가서는 지나치게 술을 많이 마신다. 

회사 테니스장이다보니 테니스장에서도 상하관계가 지속된다.

대부분 고위직이 원하는 방향에 따라 술자리 양상이 달라진다.

다른 운동에 비해 비교적 돈이 들지 않는 운동이고 밥값이든 술값이든 비교적 저렴해 사람들도 많이 꼬이고 자연스럽게 술자리로 이어진다. 

적당히 마시면 되는데 술은 늘 술이 술을 부른다.

술 잘 드시는 기분파 상사들이 흥에 겨운 날이면 술자리가 더욱 길어진다.

나도 술 마다하는 사람이 아니어서 주는대로 낼름낼름 받아 마시다보면 어느새 꽐라 된 나를 발견한다.

결국 오늘도 집사람에게 대리운전을 부탁했다. 

고맙게도 집사람은 군소리 없이 응해준다.

오익선 부장은 아들 녀석이 운전을 할 줄 알기에 아들을 대리기사로 쓴단다. 

나는 아들이 둘이나 있어도 운전할 줄 아는 녀석이 없다.

공부가 시원찮으면 운동이든 기술이나 기능이든 평생을 먹고 살 무언가 탈렌트를 주시는데 내가 그리 크게 잘못한 것도 없는데 하나님은 아이들에게서 아직까지 천직이 될만한 아무것도 주시지 않는 듯하다.

아직 발견되지는 않았지만 그들만의 그 무엇인가가 있을 것으로 믿는다.

하나님은 언제나 공평했고 앞으로도 그럴거니까.

 

큰애한테 또 독설을 퍼부었다.

넌 매일 똑같이 행동하면서 다른 결과를 기대하니?”

너한테 실망이 커 임마!”

밤에 무엇을 하는지 모르지만 점심까지 내처 자다가 점심밥을 먹고나서 또다시 잠자리에 들어가는 녀석에게 내 뱉은 나의 독설이다.(bittering remark, speak maliciously) 

그래도 녀석은 내 독설에 아랑곳하지 않고 잠을 이어간다. 

내 기준으로 판단하면 도대체가 무슨 생각으로 살아가는 녀석인지 알 수가 없다.

 

식사를 해도 녀석은 밥 먹는 순서가 거꾸로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반찬을(side dish) 밥 먹은 후에 먹는다. 

그래서 반찬이라고 부른다. 

밥의 보조재로서 찬을 먹기 때문이다. 

그런데 녀석은 이것조차 거꾸로다.(adversely) 

찬반이다. 

먼저 반찬을 먹고 나서 밥을 먹는다. 

그러니 입맛이 짜고 매운 것에 길들여질 수밖에 없다.

거기다가(add to that, plus) 김치찌개를 먹어도 김치보다는 거기 들어간 고기나 햄 위주로만 먹는다. 

밥을 다 먹은 후에도 남은 반찬만을 주섬주섬 다 먹어버린다. 

국 조차도 다른 사람과 전혀 다른 방식으로 먹는다. 

먼저 국그릇을 싹싹 비우고 난 후에 맨밥을 먹는다. 

이런 녀석과 밥을 먹다보면 신경이 아주 예민해진다.

녀석이 비만이 될 수 밖에 없는 식사습관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그걸 아무리 고쳐주려 해도 녀석은 평생 내말을 듣지 않아 왔다.

내 말은 단지 '또' 잔소리고(nag, nitpicking) 듣기 싫은 소리일 뿐이다.

어떻게 하면 녀석의 잘못된 식습관을 바로잡을 수 있나 고민하지만 집사람의 협조 없이는 불가능하단 걸 안다.

 

어제도 똑같은 현상을 목격하고

넌 몸(treat yourself right) 관리 안 할거니?”

하고 물었다.

녀석은 대답이 없다. 

내 가슴만 답답해 온다.

못된 송아지 엉덩이 뿔난다고 고집은 완전 황소다. 

큰 애나 작은 애나 모두 그렇다.

 

테니스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 잠시 잠을 자다가 영화를 봤다.

책은 읽지 못했다. 

책을 읽지 못하면 조금 불안하다.(regret)

읽은 책도 정리를 해야 하는데 아직 못했다. 

오늘 저녁에 들어가면 지난번에 읽은 '심리학의 즐거움'도 꼭 정리를 해야겠다. 

그런데 오늘 저녁에 또 술 약속이 있다. 

적당히 하고 들어가면 가능할 것 같기도 하다.

조금 불편하지만 저녁시간을 적어도 두 시간 정도는 확보해 활용할 수 있도록 습관화 할 필요성이 있다.

 

난 경쟁은 별로 안 좋아하지만 다른 사람의 잘하는 면을 보고 그보다 더 잘하려는 마음을 갖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경쟁자를 무너뜨리려 한다. 

그것보다는 그보다 더 잘하려는 의지를 불태우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