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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지혜를 찾아서/사랑하는 아들아

어버이날 아버지 일기

by 굼벵이(조용욱) 2009. 5.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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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508(금)

어제는 컴퓨터 인증에 문제가 있어서 아침시간에 일기를 쓰지 못했다.

오늘 아침에도 호신이 녀석 때문에 억장이 무너졌다. 녀석은 오늘 아침에도 예외 없이 제 어멈이 고운 소리로 일어나라고 했을 때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세 번 네 번 듣기 좋은 어투가 반복되어도 전혀 반응이 없다. 마침내 인내력의 한계를 느낀 제 어멈이 신경질적으로

“안 일어나니?”

하자 그 때서야 헛기침을 하고 일어났다.

녀석은 어제 분명히 오늘 아침에는 컴퓨터 사용계획에 대하여 말해준다고 했었다. 아침 식사를 중간 쯤 마칠 때까지 아무 말이 없다.

마침내 내가

“오늘 말해준다던 컴퓨터 사용계획 어떻게 됐어?”

하고 질문했지만 묵묵부답이다. 답답한 나머지

“오늘 이야기 해 준다던 컴퓨터 사용계획 어떻게 되었냐고?”

하고 되묻자

“학교 갔다 와서....”

하고 말끝을 흐리면서 더 이상 이어지는 말없이 계속 밥만 먹는다. 아무리 기다려도 답이 이어지지 않는다.

“그럼 넌 지금까지 컴퓨터 학교 가져가서 했어?”

하고 물었다. 아무런 대답이 없다. 아예 말하기 귀찮아 죽겠다는 표정이다. 제 어멈이 구워준 소고기 조각만 잘근 잘근 씹으며 맛나게 먹고 있다. 나는 계속 울화통이 터진다.

“컴퓨터를 언제 어떻게 사용할건데?” 하고 다시 물었다.

오랜 시간을 보내고 녀석이 기껏 꺼낸 말은

“생각해 볼게요”

라는 성의 없는 답변이다. 엊그제도 똑같은 답변을 했었다.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아 오른다. 나는 밥을 다 먹고도 식탁에 앉아 녀석이 올바른 답변을 해 주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녀석은 제 밥을 꾸역꾸역 다 먹고 나서는 밥그릇과 국그릇을 싱크대로 가져다 놓은 후 아무런 대꾸도 없이 화장실로 쏙 들어가  문을 닫고 샤워를 한다.

울화통이 끓어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