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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지혜를 찾아서/사랑하는 아들아

20090504- 아침마다 겪어야 하는 풀기 어려운 숙제

by 굼벵이(조용욱) 2009. 5.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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녀석은 정말 지겹도록 말을 듣지 않는다. 아침에 잠을 깨우기 위해서도

“호신아, 일어나라”

하면서 좋은 말로 깨우면 절대 듣지 않는다.

서 너 번

“일어나라”

를 좋은 소리로 반복하다가 신경질을 내며 날카롭게

“너, 안 일어 날거야?”

하고 고래고래 고성이 터지면 그제 서야 제 놈이 오히려 더 신경질 내면서

“알았어, 일어났다니까!”

하면서 이불을 들쳐 쓰고 식탁 앞에 앉는다. 그런 꼴을 보아 넘길 수 없는 나로서는

“이불 들고 나오지 말랬지!”

하고 인상을 쓸 수밖에 없다. 그러면 녀석은 나보다 더 인상을 쓰면서 제 방에 이불을 가져다 놓고는 밥을 먹기 시작하는 게 일상이다. 그래서 녀석은 젊은 녀석이 이마에 항상 내 川자를 그리고 다닌다. 녀석과 함께 아침식사를 하는 나도 고역이고 제 놈도 고역이다.

********************

나는 호신이에게 엊그제

“네 꿈이 무엇이냐?”

는 질문을 했다가

“그런 거 생각해 본 적 없다”

는 절망적인 이야기를 들었을 뿐이다.

그러면서 녀석과의 갈등관계는 깊어만 간다. 그걸 참아 넘기면서 오늘은 녀석에게 무슨 좋은 이야기로 녀석이 올바른 가치관을 가질 수 있도록 할 수 있을까 하고 고민을 해 보았다. 그래서 오늘 아침에는

“너는 무슨 일을 할 때 가장 행복하고 즐겁니?”

하고 질문하기로 했다.

오늘도 억지로 식탁에 앉은 녀석에게 준비한 질문을 했다.

녀석은 답변을 미루었다. 아니 아예 대꾸를 하지 않으려 했다. 그래서 다시 한번 물었다. 그랬더니 녀석의 답변은 간단했다.

“그런 거 없어요.”

내 울화통이 치밀어 오른다. 녀석은 한참 반항기를 겪고 있는 것 같다. 몸통만 컸지 남들 중학교 시절, 고등하교 시절에 지나갔던 사춘기를 이제야 겪고 있는 것 같다.

한 참 만에 녀석에게

“고슴도치가 네 말 잘 듣니?”

하고 물었다.

“안 들어요.”

녀석이 말했다.

“네가 고슴도치를 볼 때 답답하듯이 내가 널 볼 때 똑같이 답답하단다.”

녀석은 어제 고슴도치가 시끄러워 잠을 잘 수가 없게 되자 제방을 나와 제 어멈이 자고 있는 경신이 방에 가서 잤다.

“온 집안이 지저분한 냄새로 가득하니 고슴도치가 널 불편하게 하고 관리가 곤란하면 처분하도록 해라. 그리고 네 방도 깨끗하게 정리하도록 해.”

라고 말하면서 아침식사를 마쳤다.

녀석은 “네”라고 대답했지만 실천은 기대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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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출근길에 녀석이 침대에 누워 자고있는 모습을 보고

“이 닦았냐?”하고 물었다.

녀석은 어슬렁거리며 일어나 화가 머리끝까지 난 표정으로 화장실로 들어가며 문을 급하게 닫아버린다. 녀석의 마음에 들어있는 분노의 감정을 읽자 나도 끓어오르는 내 감정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화장실 문을 열고 들어가 녀석에게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보라고 했다. 녀석은 이미 눈에 온갖 분노와 저주를 담고 있다. 아버지를 때려죽이려는 듯한 도끼눈이다.

“하루 이틀, 한두 번 이야기한 것 도 아닌데 넌 꼭 생각 없이 시키는 대로만 행동하니?”

하면서 일장 훈시를 하고 나왔다. 

그럴 때마다 가슴이 쓰라리다. 그냥 일종의 환자라고 생각하고 놓아두어야 할까 아니면 지속적인 관심과 교육을 통해 정상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하나 고민이다.

녀석이 올바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하게 하기 위해서는 매일 아침 녀석과 전쟁을 치루는 수밖에 없다. 스스로 멀어져만 가는 녀석의 행태가 안타까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