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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4

20040229 갑작스런 전주 여행

by 굼벵이(조용욱) 2022. 8.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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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2.29(일)

어제 저녁 G부장이 전화를 했었다.

오늘부터 1박 2일 코스로 두 부부가 전주를 한번 다녀오자는 거다.

 

(G는 늘 그런 식으로 주변사람들에게 빨대짓을 했다는 소문이 자자하다.

그 땐 몰랐었는데 그런 소문을 듣고 돌이켜보니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이 오히려 더욱 잘 나가는 것을 JQ(잔머리지수)가 꽝인 나는 전혀 이해할 수 없다.)

 

K부장이 전부터 한번 꼭 전주에 한번 놀러와 달라는 이야기를 해 왔었다.

K부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K부장도 특별한 일이 없다며 꼭 내려오라고 재삼 강조하였다.

G부장 내외가 자기 차를 가지고 와서는 우리 집에다 파킹한 후 두 내외가 내 차로 다녀오기로 했다.

(돌이켜보건대 이 때도 내 등골에 빨대를 꼽고 있었던 거다)

혹 G부장이 너무 일찌감치 들이닥쳐 우리를 당황하게 하는 일이 없도록 아내를 깨워 여행준비를 하도록 했다.

아내는 가족여행 같은 것 하나 제대로 기획하지 못하는 내게 불만이 있어왔다.

어제 G부장 전화를 받고 부부여행을 제안했을 때에도 아내는 시큰둥해 했다.

그래도 끝까지 고집피우지 않고 오늘아침에는 일어나 집안청소며 여행에 필요한 물건을 주섬주섬 챙기기 시작하였다.

G부장 내외는 10시가 넘어서야 우리 집에 도착했고 우리는 과천 의왕 간 고속도로를 이용하여 평택까지 국도를 달리다가 평택 톨게이트에서 서해대교를 탔다.

행담섬에서 커피와 샌드위치, 통감자로 간단히 요기한 후 다시 고속도로에 올랐는데 아산에 들어서자 차가 막히는 바람에 한 시간 남짓이면 갈 수 있는 거리를 3시간이나 걸려 4시가 다되어 군산에 도착했다.

우리는 내항을 따라 군산항까지 군산 앞바다가 보이는 해변 가를 지나 한눈을 잃은 아줌마가 운영하는 조그마한 음식점에 들어가 피조개와 해삼을 안주삼아 소주를 마셨다.

소주 한 병을 놓고 내가 두잔, G부장이 3잔, G처와 내처가 각각 1잔을 마신 후 K부장과 통화를 하고 전주로 향했다.

군산에서 전주로 가는 고속화 국도가 널찍하게 새로이 만들어져 있었으므로 막힘없이 갈 수 있었다.

전주에 도착하니 5시 40분쯤 되었다.

G부장은 평소에 그가 아끼는 후배 KI과장과 LC과장(배전)을 미리 불러놓고 전주에서 가장 좋다는 리베라 호텔에다 방을 잡아놓은 후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호텔 로비에서 만나 짐을 방에 풀어놓은 뒤 호텔 2층에 위치한 일식집에 가 저녁식사를 하기 시작하였다.

복분자와 소주를 섞은 술이 괜찮다는 LC과장의 제안에 따라 복합주를 마셨다.

아마도 각자 1병 이상씩은 마신 것 같다.

곧바로 2차 다른 술집으로 향하자는 K부장 제안에 대하여 나는 집사람들도 있고 모처럼 만의 방문이니 산책이라도 하는 게 낫겠다고 하니 도두들 내 생각을 따라주어 한옥들이 빼곡히 들어찬 전통 한옥가를 한바퀴 돌기로 했다.

일제시대에 지었다는 성당을 비롯하여 전봉준을 처형했다는 성문 앞을 지나 LC과장이 자주 간다는 카페에서 포도주(merdock)를 무려 4병이나 마셨다.

점잖은 양반 같은 전주 친구들이 여자들을 배려해 독한 위스키 대신 약한 포도주를 분위기 있는 장소에서 대접한 것이다.

다시 호텔로 돌아와 모처럼 만에 신혼 분위기를 연출하였다.

인터넷을 이용해 컴퓨터로 성인영화를 틀어놓음과 동시에 TV에서도 성인영화가 나오는 방송에 채널을 맞추어 놓아 내가 목욕하는 사이에 집사람으로 하여금 몸이 달아오르게 하였다.

내가 목욕을 하고 나온 사이 그녀는 발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모처럼 만에 아내와 좋은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하늘에 있는 K부장아,

신세만 지고 아직 빚을 갚지도 못했는데

너먼저 좋은 세상으로 가버렸구나.

뒤따라가 널 만나는 날 고마움을 잊지 않고 전하기 위해 그날의 일기를 올린다.

천국에서 다시 만나는 날 내가 술한잔 진하게 살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