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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4

20040228 비상약까지 들고다닌다는 파견자들

by 굼벵이(조용욱) 2022. 8.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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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2.28(토)

술상무 노릇에 지쳐 아침에 일어나기가 힘들었다.

그래도 억지로 일어나 출근하였다.

점심식사 시간이 되어 처장을 모시러 처장실에 갔더니 점심을 안 먹겠다며 강짜를 부린다.

나는 배가 몹시 고팠기에 짜증이 났다.

자꾸 안 먹겠다며 KH처장과 20여분간 통화를 했다.

그냥 혼자 밥먹으러 나가고 싶었지만 그래도 통화가 끝날 때까지 죽치고 서서 기다리다가 함께 점심식사를 하러 갔다.

그가 회사 구내식당에서 국수를 먹자고 해 거기 가서 국수로 점심을 때웠다.

그자리에서 K처장은 K사장과 있었던 에피소드들을 무용담처럼 이야기했다.

무용담을 들으며 한참 만에 다시 사무실에 들어오니 OO발전에서 5명의 파견자 조합원이 나타나 나를 기다리다 잠시 후에 다시 오겠다며 갔다고 한다.

잠시 후 K위원장이 전화해 파견자들이 와 있으니 자기 사무실로 와 달라고 해 그냥 내 사무실로 오라고 했다.

그들 중 한 친구가 내게 섬뜩한 말을 했다.

자신이 20층 아파트에 사는데 하루에도 몇 번이고 자살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만 아이들이 눈에 밟혀 이를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그 대신에 주머니에 늘 비상 약을 가지고 다닌다고 하면서 내게 약이 들어있다는 프라스틱 통을 보여주었다.

참으로 절박한 심정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나는 크리스찬 이야기와 우물 안 개구리 이야기를 하여주었다.

그리고 파견연장과 복귀, 해고라는 3가지 대안을 제시하며 선택해 보라고 하고 조목조목 글과 그림을 그려가면서 대안들에 대하여 설명을 해 나갔다.

그들은 서로 입장을 바꾸어 생각해 줄 것을 요청하며 자리를 물러났다.

파견자와의 대화나 설득은 너무 어렵다.

나는 오늘의 미팅이 나름대로 소기의 성과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오늘 아침 출근과 동시에 열어본 메일에서 KJC라는 친구가 보내온 편지에 대하여 장문의 답장을 썼었다.

그 내용이 내 생각을 잘 정리한 듯해 그 친구들에게 하나씩 나누어주며 내 생각을 여기에 담았으니 잘 읽어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 글에 대한 설명도 곁들였다.

이들 파견 직원은 편협한 사고를 가지고 있어 대화에 어려움이 많지만 그들은 하나같이 연약하고 착한 친구들이다.

그들의 눈동자를 바라보면 길 잃은 새끼사슴 같다.

(파견자에게 보낸 편지를 첨부해야 할 것 같다)

 

K이와 테니스를 하고 들어왔다.

MC총무와 OOOOO이 한 팀을 먹고 나와 K가 한 팀이 되어 두게임을 즐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