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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4

20040227 술상무 노릇

by 굼벵이(조용욱) 2022. 8.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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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2.27(금)

한 달 전에 오늘 저녁식사를 같이 하자고 KD부장과 약속을 했었다.

중국음식점 대룡에 예약했다가 K부장이 그날 순천고 동문모임이 있어 회사 사람을 이사람 저사람 맞닥뜨릴 것 같고 그러면 혹 좋지 않은 소문이 나올 수 있으니 장소를 바꾸자고 해 청해수산 횟집을 예약했었다.

K부장이 다시 중국집이 더 낫겠다고 해 내가 가향에 예약했다.

그런데 갑자기 K처장이 나를 부르더니 KY노무사랑 저녁식사 약속을 했단다.

K처장은 K부장까지 끌어들였다.

덕분에 K부장과의 약속이 물거품이 되어버렸다.

K노무사와의 저녁식사 장소를 잡는데도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K노무사에게 전화를 걸어 취향을 알아보니 그녀는 육류만 빼고 다 괜찮다고 했다.

결국 생선회 밖에 없다.

주변의 다른 일식집들은 너무 비싸 강남병원 앞 도다이 일식집을 예약하고 이를 보고하자 처장님이 펄쩍 뛴다.

주인아주머니가 마음에 안 든다며 거긴 안 가겠단다.

급히 취소하고 K처장 뜻대로 지난번 바가지를 썼던 나리타를 다시 예약하였다.

KY는 지난번 진정서에 대한 결과가 다음주 중에는 회신될 것이라고 했다.

K처장은 축하 삼페인을 미리 터뜨리고 싶었던 거다.

그는 부사장이나 전무에게 이유 있는 술자리를 이야기하고 싶었던 듯하다.

메일 술에 절어 아침마다 술 썩은 내를 풍기니 한번쯤은 자신이 마신 술을 정당화하고 싶었던 것 같다.

K처장님은 K부장과 KE이도 함께 가자고 했다.

급하게 순배가 돌며 짧은 시간에 K처장의 혀가 굳어가기 시작했다.

K부장은 귀신같이 나가서 계산을 하고 들어왔다.

이어서 함께 노래방을 갔다.

노래방 주인이 술을 팔 수 없다면서 이상한 중국산 사이비 맥주를 15000원이나 받고 내 주었다.

내가 다시 나가 슈퍼에서 15000원어치 맥주를 사가지고 들어오는데 주인아주머니가 이를 제지하며 빼앗았다.

옥신각신하다가 그런 내모습이 우스워서 맥주가 든 봉다리를 그녀에게 주어버렸다.

암튼 그 노래방에서 연장에 연장을 거듭하며 3시간 가까이를 보낸 후 택시를 태워 그녀를 보냈다.

K처장은 뒤에서 택시비를 넣어주라고 계속 내게 코치를 했다.

택시를 잡아 30000원을 넣어 그녀를 보내고 우리는 K처장 집을 경유하여 모셔다 드린 후 K부장 집을 돌아 오던 차에 배가 너무 고파 라면이나 한 그릇 먹고 가자고 했다.

라면집을 찾다가 못 찾아 결국 우리집 근처 포장마차에서 라면을 한 그릇씩 먹고 헤어졌다.

집에 와 시계를 보니 새벽 2시였다.

술상무 노릇 한다고 온통 망가진 하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