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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년이 미쳐도 아주 단디 미친 년이다.
금년에 두 번이나 병아리를 까냈는데 이번에 또 품고 있다.
첫배에서 구사일생으로 9마리 중 한 마리만 살아남았는데...젠장, 그놈 숫놈이다.
두 번째는 8마리 중 두 마리만 살아남았는데 이놈들 중 한 마리는 또 확실히 숫놈이다.
미안하지만 숫놈은 인위적 도태를 요한다.
시도 때도 없이 싫다는 암탉 대가리를 쪼아 올라타느라 소중한 암탉들 대가리고 등이고 죄다 까놓기 때문이다.
주인을 닮았는지 곰탱이 어미닭이 이번에 또 알을 품기에 수차 둥지에서 밀어냈지만 아예 작정을 하고 나를 쪼아대며 달려들어 치열하게 품기에 계란 열개를 넣어주었더니 세번째 부화가 지금 시작되고 있다.
대한민국 젊은 여성들이 이러면 얼마나 좋을까...
미련한 수탉 두마리는 병아리도 제대로 지켜주지 못하면서 올라탈 궁리만 하고 있다.
그동안 우리 병아리들을 아작낸 건 아랫집 씨바견이 가장 유력한데 물증은 없고 닭장 주변을 어슬렁거리다 여러번 들켜 멘토 아짐의 강한 의심을 샀었다.
아니면 들고양이가 소풍나온 병아리들을 물어갔을 가능성도 있다.
능구렁이도 용의선상에 있다.
하지만 가장 큰 책임은 국방의 의무를 다하지 못한 주인장 나에게 있다.
철통같은 방어태세는 갖추지 않은 채 엄한 개나 고양이, 능구렁이 탓을 하는 주인장 생각이 한심하기 그지없다.
쥔장 왈, 닭장을 너무 꼼꼼하게 막아버리면 병아리들이 활보할 수 있는 자유가 제한된단다.
하지만 진실은 철통방어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데 있다.
열 사람도 절대 한 도둑 못 당한다.
자유는 피를 먹고 산다더니 닭이나 사람이나 매한가지인 듯싶다.
우리집 닭장이나 우리나라나 사정이 비슷한 듯해 안타깝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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