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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가는 길.
국민핵교 때 서울로 유학가면서 처음 서울구경 했다.
경부고속도로를 달리는 버스 안에서 창밖으로 비스듬히 바라본 길바닥 위에 하얀 선들이 점점이 정신없이 뒤로 밀려가는 게 정말 신기했었다.
끊임없이 이어진 전봇대 위 전선도 희한했었다.
그렇게 떠났던 시골로 3년 전에 다시 왔다.
농막 앞 평상에 앉아 봄볓에 반짝이며 흩날리는 꽃비를 구경한다.
3년전 심은 유실수들이 꽃을 제법 피웠다.
매실도, 체리도, 자두도, 앵두도, 복숭아도, 배도 차례차례 꽃잔치를 벌인다.
이쁜 색시 하나만 내려주면 얼마 전 만든 평상 위에 손잡고 누워 꽃비 속에 홍콩까지 날아갈 수 있을 것 같다.
젊어서 공산주의에 빠져보지 못한 사람도 멍청이고 늙어서까지 공산주의를 고집하는 건 더 멍청이라고 한다.
담배도 마찬가지로 늙어서까지 고집할 이유가 없다.
스스로 담배마약 중독자임을 끝까지 고집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난 서울도 그렇다고 본다.
젊어서 서울 안 가보는 것도 멍청이고 늙어서까지 서울을 고집하는 것은 더 멍청이란 생각이 든다.
문화시설이 어떻고 병원이 어떻고 하며 자기합리화에 빠지지만 시골도 웬만한 중소도시에 없는 거 없다.
할 일 없는 늙은이가 회색빛 서울거리를 어슬렁거리는 것 만큼 초라한 일도 없다.
큰 일 끝내고 소임 마쳤으면 젊은 애들한테 자리 내 주고 시골 평상 마루에 앉아 막걸리 곁들에 꽃구경이나 할 일이다.
가끔씩 친구들이 보고잡다고 불러 서울길에 오를 때면 국민핵교 시절처럼 흥분되기도 한다.
지금 내가 탄 고속버스는 길바닥에 흰점이 쉴새없이 흘러가는 경부고속도로 위를 달리고 있다.
설 논내들이여!
설 중독자 되어 회색빛 어둠 속에서 개기려 들지 말고 귀촌해 새삶을 찾으시라.
얼마 안 남은 인생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그렇게 하시라.
모르긴 해도 옥황상제가 이쁜선녀 선물로 보내주실걸?
생각이 다르다고 트집잡기 없기입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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