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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무들기 농장

그저 살다보면 살아진다

by 굼벵이(조용욱) 2023. 4.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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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0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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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생활 할 때 출퇴근길 길가에 떨어진 은행을 보면 요리조리 피하면서 밟지 않으려고 애를 썼었다.
혹 밟기라도 하는 날엔 그 냄새가 사무실이나 집안까지 요란하게 스며들기 때문이다.
퇴직 후엔 그런 은행을 직접 손으로 주워담아 문질러 까는 작업까지 한다.
나의 농촌 삶은 50년 전 생활뇌에 입력된 방식으로 반백년을 훌쩍 건너뛰어 이어진다.
그 때와 달리 요즘은 동네 어르신들도 은행이나 감을 줍지 않는다.
감나무 밑에 홍시가 지천인데 주워먹는 이가 거의 없어 세월을 건너뛴 나만 오매가매 떨어진 홍시 한두개씩 주워 발라먹는다.
홍시를 보고 돌아가신 어머니를 그렸던 '박인로'의 '조홍시가' 만큼은 아니어도 어릴적 친구들과 감나무에 올라 놀던 기억이 내 발길을 멈추게 하는 듯하다.
매일 아침 은행을 조금씩 주웠더니 이젠 은행냄새에서 무언가 묘한 농익은 과일향기까지 느껴진다.
비오는 가을 오후 한적한 농막 TV에선 9살짜리 어린 트롯가수가 부르는 '그저 살다보면 살아진다'는 노래소리가 구성지게 들린다.
대부분의 삶이 제 생각과 영 다른 현실이어서 고뇌하고 분노하며 슬퍼하고 괴로워하지만 어머니 말씀처럼 '그저 살다보면 살아진다'는 진리에 위안을 받으며 뚜벅뚜벅 삶을 이어간다.
나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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